일각에선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계산된 강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이 '강한 유럽', '자주 국방'을 강조하며 미국을 뺀 '유럽군' 구상을 밝혀왔다는 점에서다. 다른 서방국들이 확전 우려 때문에 섣불리 꺼내지 못했던 파병 카드를 먼저 공론화해 이슈를 주도하고 싶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독일·영국 등이 마크롱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 발언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파병설에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에 물적 지원은 하되 직접 파병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이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소수의 인력 외에 대규모 파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된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 역시 "현재로선 전혀 파병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없었으나 이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직후에 나온 발언이어서 러시아를 더욱 자극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파병 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마크롱의 계획은 자살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확전을 원치 않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재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프랑스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에서 지뢰 제거나 무기 생산, 사이버 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비전투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의 계산된 강수, 노림수는?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 언급이 "계산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3년째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EU 내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끝없는 자금과 무기 지원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 2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여해야 장기화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EU의 한 군사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일부 북유럽,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지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 란츠베르기스 외무장관은 "이런 시기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적 리더십과 야심,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속 없는 발언으로 EU의 단합만 해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는 EU 내 유일한 핵 무장 국가이지만, 재정이 빈약해 다른 곳에 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국방에 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다"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 발언 탓에 EU 내 분열만 부각하는 꼴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