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 HMM의 운명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KDB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매각 측)는 7일 새벽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하림그룹은 자회사 팬오션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를 추진해왔다. 당초 협상 마감 기한은 지난달 23일이었지만,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지난 6일까지 기한을 연장하고 협상을 계속했다.
‘사모펀드 지분매각 5→3년 단축’ 이견 못 좁혀
협상 과정에서 하림 측은 기존 요구를 상당수 철회했다.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문제가 대표적. 산은·해진공은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에 맞춰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산은·해진공 지분은 0%에서 32.8%까지 다시 오르고, 하림은 인수 시 확보한 57.9%에서 38.9%로 떨어진다. 하림이 받을 배당금도 2800억원 이상 줄게 된다. 이 때문에 하림은 그동안 영구채 전환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었다.
협상이 결렬된 이 날 오전 하림은 입장문을 내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HMM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해운업계는 산은·해진공 측이 당분간 HMM을 관리 운영하다가 적정한 시기에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재매각 시점이나 절차를 이야기하긴 아직 어렵다”고 밝혔다.
당분관 채권단 관리…추후 재매각 추진할 듯
운항동맹은 해운사들이 특정 항로의 과잉 경쟁을 막기 위해 운임·영업조건 등을 약속한 일종의 카르텔이다. 자사 선박이 다니지 않는 항로는 동맹 선사를 활용하는 식으로 화물 최적화가 가능하다. 또 불황 땐 다른 선사의 영업망을 활용하거나 운임 방어도 할 수 있어 소속 동맹이 해운사 경쟁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밖에도 홍해 선박 공격, 에너지 가격 상승 등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해상법) 교수는 “해운업은 호황·불황 격차가 큰 산업이라 매각 측도 고민이 클 것”이라며 “새 주인은 HMM 소속 동맹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므로 자본력에 더해 전문성까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해운업 불확실성↑…“자금력에 전문성도 갖춰야”
그간 후보로 거론돼온 현대차·포스코·한화·HD현대 등은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MM의 전신이 현대상선과 뿌리가 같고,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물류·유통·해운사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물류량이 많아 해운사 인수 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이나 과거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였던 HD현대그룹도 HMM 인수로 조선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