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출금리부터 떨어질 듯…“기준금리는 내년 하반기께 내릴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23.12.15 00:01

수정 2023.12.1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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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종료를 시사하자 한국은행도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한은은 14일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쉽게 잡히지 않는 물가와 불어나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몇 달간 뚜렷한 물가 상승 둔화세가 이어졌다. 반면에 한국은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확실히 잡히지 않았다. 8월 이후 3% 후반까지 높아졌다가 지난달은 3.3%를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 둔화가 지연되는 현상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한 데다 높은 원자재 대외의존도로 2차 파급효과(second-round effect)가 장기간 지속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 공공요금 인상 등도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Fed 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우리 통화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짓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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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걸림돌이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한은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계·기업 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계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기가 지나치게 악화해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지 않는 이상 미국보다 늦게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Fed의 피벗을 지켜본 뒤 내년 하반기께 한은도 인하를 검토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만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별개로, Fed의 ‘비둘기파적(통화완화적)’ 기조는 한국의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소다. 전 세계 채권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주요국의 국고채와 은행채, 대출금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부터는 ‘피벗’ 기대감에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13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엔 4.02%로 전일 대비 0.18%포인트 급락해 약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영향을 받아 한국도 14일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전날 대비 0.212%포인트, 10년물은 0.193%포인트 내렸다.
 
이날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66~5.99%로 집계돼 3%대를 향해 꾸준히 내림세다.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먼저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