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커지면서, 그를 향한 팬덤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한 장관이 울산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방문했을 땐 한 장관을 만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실상 1시간 가량의 ‘팬미팅’을 진행했다. 한 장관을 만난 이들은 “사인해달라” “좋아한다”는 말을 쏟아냈다.
한 장관의 팬덤은 디시인사이드의 ‘한동훈 갤러리’,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출근 사진에 “패션 화보 같다”며 환호하거나, 영상을 ‘움짤’로 만들어 공유하는 식이다. 커뮤니티엔 ‘좋아요’와 ‘댓글’ 공세를 부탁하는 기사·유튜브도 수시로 올라오고, 패션 잡지나 카페 CF에 한 장관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제작되기도 한다.
이들은 한 장관의 일거수 일투족을 공유한다. 최근엔 한 장관의 방문 지역을 지도에 표시한 ‘동훈여지도’가 팬덤 내에서 화제가 됐다. 공개 일정 날에는 직접 ‘오프(오프라인 행사)’를 뛰는 팬들이 적잖다. 특히 한 장관이 지난 17일 대구 방문 때 기차표를 취소하고 팬들의 악수·셀카 요청을 받아준 뒤로 인파는 더 몰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외연 확장을 위해 애쓰는 흔적도 나타난다. 1만3000여명이 가입한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엔 2020년 8월부터 한 장관의 생일 4월 9일을 기념해 4만9000원이 모일 때마다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문화가 있다. 현재까지 누적 기부액은 800만여 원이다. 지난 15일 아내 진은정 변호사가 공개된 뒤로는 한 장관과 진 변호사를 함께 응원하는 팬카페도 생겼다.
한 장관 팬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극성 지지자들의 입김·이익만 반영되는 ‘팬덤 정치’의 폐해가 여당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수의 열성 지지자가 전체 국민 정서를 대표한다고 볼 순 없다”며 “지금의 팬덤을 만든 한 장관의 언행이 훨씬 불편하고 즉흥적인 상황이 많을 정치 영역에 들어오고도 독이 되지 않을지는 새로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직까지는 박사모·문파·개딸 등 기존 정치인 팬덤만큼 뚜렷한 이념적 맹목성·배타성이 관찰되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극단적인 형태로 변질됐을 땐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