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동 중인 에스컬레이터들은 삐걱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이날 만난 여행객 김영희씨는 “기분 탓인지 떨리는 느낌이 들어서 찜찜하다”고 불안해했다.
일상 속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위협받고 있다. 라스트 마일은 사람이나 상품이 이동하는 마지막 물리적 공간을 뜻한다. KTX 광명역 역시 누구에게나 라스트 마일이 될 수 있다.
광명역 에스컬레이터는 설치 당시 입찰을 통해 저렴한 제품과 부품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사용 중 긴급한 유지·보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제때 조치가 되지 않았다. 2021년 중국산 요소수 대란 같은 상황이 ‘이동(모빌리티)산업’ 현장에서도 발생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이동 산업’ 부문 기자재는 중국산이 국산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국내에서 생산해선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다.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조차 범용 제품의 국내 생산을 포기한 상태다. 그동안 유일하게 국내 생산을 고집해 오다가 2014년 에스컬레이터 생산을 중국 현지법인으로 넘겼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7~8위권이다. 현재는 수출용의 경우 일부 초고속 엘리베이터만 국내에서 생산할 뿐 일반 엘리베이터는 중국에서 만들어 전세계 50여개 국으로 판매 중이다. 다만 내수용 엘리베이터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다.
위기감을 느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도 시작되고 있다. 서울경기북부엘리베이터사업협동조합은 핵심 부품인 제어반과 보조 브레이크 등의 국산화에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제어반을 중소기업 등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반도체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일상의 삶에 필요한 산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 영역에서는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