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욱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을 15-7로 물리쳤다. 오상욱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오상욱은 개인전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같은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5년이 흘러 다시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에서 구본길과 맞붙은 오상욱은 패배를 설욕하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개인전 4회 연속 우승을 노린 구본길은 이번엔 오상욱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16강전에서 아델 알무타이리(사우디아라비아)를 15-6, 8강전에서 무사 아이무라토프(우즈베키스탄)를 15-11로 가볍게 물리친 오상욱은 모하마드 라흐바리(이란)와의 준결승전도 15-11로 여유 있게 이기며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구본길은 초반부터 흔들리며 세대 교체를 예고했다. 16강에서 나자르바이 사타르칸(카자흐스탄)을 15-6으로 제압한 뒤 개최국 중국의 선전펑과 만난 8강전에서 뜻밖의 고전 끝에 15-14로 진땀승을 거뒀다. 유시프 알샤믈란(쿠웨이트)과의 준결승전에서도 1-5까지 끌려다니다가 15-10으로 역전하며 간신히 결승에 올랐다.
결승 초반은 접전이었다. 오상욱이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두 점을 먼저 내자 구본길이 두 점을 따라잡아 균형을 맞췄다. 승부는 중반에 갈렸다. 6-7로 밀리던 오상욱이 1m90㎝가 넘는 큰 키를 활용한 과감한 런지 동작 등을 앞세워 내리 9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확정했다.
구본길은 "아쉬운 마음은 없다. 후배인 (오)상욱이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내가 4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만큼 기쁘다"면서 "개인전 4연속 우승에 도전한 것 자체가 영광이다. 남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상욱은 구본길을 잇는 한국 펜싱의 간판스타다. 이날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과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땄다. 세계랭킹 1위도 차지한 적 있다. 외모까지 빼어나 '펜싱 아이돌'로 불린다. 하지만 그가 아직 손에 쥐지 못한 건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다. 구본길은 "상욱이가 부상(지난해 11월 발목 인대 수술)을 겪고서 돌아왔는데, 지금은 다치기 전의 기량을 회복했다고 본다"며 "내년 파리 올림픽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