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장에서는 ‘공기분사 수중 방사 소음 저감 기술’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중에서 굉음을 내는 함정을 공기방울로 감싸 소음의 강도를 줄이는 기술이다. 모형 선박을 수조 안에 띄우고, 내부 스피커를 재생한 후 공기방울 발생 장치를 투입하자 엄청난 양의 기포가 발생했다.
이원병 한화오션 책임연구원은 “공기방울을 분사할 때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라며 “잠수함과 함정에게 ‘조용한 항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험을 진행할 때 외부 소음과 진동을 최대한 막는 것이 중요해 수조벽이 1m 두께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시스템은 향후 3년간 검증을 거쳐 2028년 함정 건조에 적용하겠다는 게 목표다.
한화오션이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로 새 옷을 갈아입은 후 처음으로 R&D 시설을 공개했다. 지난달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초격차 방산’에 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부문에 6000억원 등을 투자하기로 한 이 회사의 ‘두뇌’ 격인 곳이다. 2020년 9월 대우조선해양 시절 설립됐지만, 한화로 주인이 바뀐 후 방산기술과 친환경·디지털 등에 초점을 맞춰 기존 3개에서 5개 센터로 확장 개편됐다.
거대한 수족관처럼 보이는 세계 최대 상업용 ‘공동(空洞) 수조(길이 62m, 높이 21m)’도 인상적이었다. 선박 추진용 프로펠러가 가동될 때 기포가 발생하는 ‘공동 현상’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초속 15m로 빠르게 흐르는 물에서 프로펠러가 가동되며 엄청난 거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관측부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이를 모니터링하던 연구원 관계자는 “이 현상으로 인한 손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옆으로 들어서니 실제 선박의 40분의 1 크기의 모형 선박 수 척이 노란색 옷을 입고 전시돼 있었다. 파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배의 각종 성능을 시험하는 ‘예인 수조(길이 300m, 폭 16m)’ 설비다. 그간 나무로 모형 배를 만들었지만 조만간 3차원(3D) 프린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제작 기간(3주)을 최대 40%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 모든 수조가 초격차 방산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시설”이라며 “계획대로라면 2029년부터 연간 수상함 4척, 잠수함 5척 등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건조 능력의 2배다.
여기에 더해 이 회사가 최근 공을 들이는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2030년까지 레벨4(선박 기준 완전 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운행 선박을 만든다는 게 목표다. 마치 게임장처럼 생긴 ‘자율운항선 관제센터’를 둘러보니 한화오션 전용 시험선 ‘한비(HAN-V)’의 지난해 테스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평소 원격 제어가 진행되는 곳이다.
이렇게 미래 방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시장에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탓이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영업적자가 3조원대에 이른다. 한화오션 측은 이에 대해 “미래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며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