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가 나란히 열렸을 때 한국 미술계가 마주했던 질문이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지난 6일 다시 두 아트페어가 나란히 개막해 각각 4일,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성과는 “프리즈 공동 개최는 한국 미술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층에서 열리는 프리즈와 1층에서 열리는 키아프 사이엔 여전히 온도 차가 있었지만,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올해 프리즈·키아프 현장을 요약해 전한다. ·
①중국 컬렉터 활기 더했다
프리즈서울 · 키아프 서울 폐막
'오픈런' 없지만 고가 작품 러시
키아프 전시 작년보다 개선돼
"참여 화랑 더 엄격 심사해야"
②쿠사마 야요이 파워 강력했다
하우저앤워스에서도 첫날에만 13점 이상 판매됐다. 시카고 태생의 화가 라시드 존슨(46) 회화가 97만 5000달러(약 13억원)에, 조지 콘도 회화도 80만 달러(약 10억 6000만원)에 판매됐다.
화이트 큐브는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2점을 6만 5000 파운드(약 1억원)에 판매했으며, 박서보의 작품을 49만 9천 파운드(약 8억원)에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 작가 이수경의 작품을 눈에 띄게 배치했던 마시모데칼로는 이 작가의 작품을 14만 달러(1억8000만원)에 판매했다.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가한 갤러리아 컨티누아는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을 60만 파운드 ~ 80만 파운드 사이(약 10억원)에 판매하는 등 큰 매출을 기록했다.
③한국 작가들 날개 달기 시작했다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여한 갤러리 현대는 작고한 이성자(1918~2009) 화백의 작품으로 솔로 부스를 차려 작가를 소개했고, 학고재갤러리는 1세대 추상화가 이준(1919~2021)을 비롯해 이상욱(1923~1988), 변월룡(1916~1990) 등 작고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현대는 이성자 작가의 작품 2점을 각각 40만 달러 (5억 3000만원)~ 45만 달러(6억원 대)에 판매했고, 학고재 갤러리는 이준, 변월룡, 하인두 작가의 작품을 각각 1억 원대에 판매했다.
④"희귀 작품 보자" 관객들 줄 섰다
⑤키아프, 앞으로 더 개선돼야 한다
설원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키아프 전시 내용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키아프가 프리즈로부터 많은 자극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 전 미술원장은 "프리즈·키아프 개막을 전후로 서울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를 알리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현상도 '프리즈 효과'"라며 "국제 시장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한국 작가들이 적잖다. 프리즈가 세계 미술인들을 끌어들이며 전체적으로는 한국 미술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프리즈와 키아프 성과는 눈앞의 판매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세계 미술기관 관계자가 한국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고, 다양한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장 안팎에서 작품 구입 문의와 한국 작가 해외 전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프리즈와 키아프 공동개최가 한국미술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중견 작가는 키아프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작가는 "키아프는 겉모습은 백화점 같지만, 실제 작품 구성을 보면 절반 정도가 마치 아울렛 같아 질적으로 매우 부족해 보였다"면서 "한국화랑협회가 앞으로 더욱 엄격한 심사로 참여 갤러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