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국방장관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레즈니코우는 550일 이상 전면전을 겪었다"며 "국방부가 새로운 접근법과 군대, 사회 전체와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국방장관직에 오른 레즈니코우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을 수차례 방문하며 수십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섰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레즈니코우가 동맹국의 국방장관, 군 관계자들과 깊은 친밀감을 쌓아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레즈니코우의 해임 배경엔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 국방부를 둘러싼 최근 스캔들에 대한 비판 여론과 레즈니코우 본인의 사임 요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에선 외국이 지원한 구호물자 배분, 징병과 조달 부문 등에서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국방장관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상황에서의 부정부패를 국가 반역죄로 다스리는 법을 추진하는 등 부패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뒤 줄곧 공공과 정치 부문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신뢰를 얻고 유럽연합(EU) 가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국내 부패 척결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메로우는 타타르족 출신의 무슬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메로우가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이슬람권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흑해 곡물 수출이나 포로 교환 협상을 중재해 온 나라들이다.
이에 WSJ은 우메로우의 국방장관 임명은 크림반도를 되찾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또 우메로우가 정식 임명될 경우 그가 타타르족 출신 관리 가운데 가장 고위직이 된다고 덧붙였다.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아는 "우메로우가 의회의 인준을 받아 정식 임명되면 우크라이나에서 무슬림이 장관직에 오르는 첫 사례"라고 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국방장관에서 물러나는 레즈니코우가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로 임명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