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장애 뒤에도 25년 걷는 비결
호모 트레커스
‘산악 영웅’ 엄홍길 대장의 장딴지는 ‘짝짝이’였습니다. 오른발이 정상이 아닙니다. 1998년 안나푸르나 등반 중 발목이 완전히 돌아가 장애등급까지 받았죠. 엄지발가락 일부를 동상으로 잘라내기도 했습니다. 오른발에 힘을 주지 못해 점점 근육이 쪼그라든 것이죠. 그래도 걷습니다. 평생 걸었으니까요. 걷기의 인생 철학을 들어봅니다. 마침 걷기 좋은 9월입니다.
그의 오른발은 정상이 아니다. 1998년 안나푸르나(8091m) 등반 중 사고로 발목이 완전히 돌아갔고, 이후 장애 등급을 받았다. 앞서 92년 낭가파르바트(8025m) 등반 땐 동상에 걸려 엄지발가락 일부를 잘라내야만 했다. 걸을 때 발목이 굽혀지지 않는 데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엄지발가락이 짧은 탓에 걸을 때 오른발에 힘을 주지 못한다. 장딴지에 근육이 붙지 못하는 이유다.
경사가 있는 산을 오를 땐 그는 까치발이 된다. 의자에 오래 앉았다가 계단을 내려와야 할 땐 절름발을 하듯 뒤뚱뒤뚱 내려오기 일쑤다. 히말라야 8000m 16개 봉우리를 완등한 그의 발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열악하다. 그래도 1주일에 서너 번 산에 간다. 발목 수술을 한 주치의는 발목을 “아껴 쓰라”고 했다. 그러나 엄 대장은 수술이나 약물 대신 걷기를 치유법으로 택했다. 그는 “계속 걷지 않았으면 발목은 더 굳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음식 장사를 위해 엄 대장 나이 세 살 때 원도봉산(도봉산 북쪽, ‘원래 도봉산’이라는 뜻) 중턱에 자리를 잡은 이후 산은 그의 놀이터이자 배움터였다. 1호선 망월사역에서 도봉산을 향해 20분쯤 걸어 올라가면 ‘망월사 입구’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서 15분쯤 더 걸어가면 엄 대장이 마흔까지 살았던 옛집 터가 나온다. 7월 16일 이른 아침 엄 대장과 함께 이 길을 걸었다. 원도봉 계곡은 물안개가 사르르 깔렸다.
집터 위쪽으론 제법 경사진 길이었다. “너덜길을 오래 걷고 나면 발목이 지끈지끈하다. 장거리 산행을 하면 발목이 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가 25년 됐다”고 엄 대장은 말했다. 하지만 그는 등산로 입구에서 망월사까지 2㎞ 오르막 구간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올랐다.
엄 대장은 8000m 이상 산에 오르기 위해 38번 도전했다. 산 정상에 서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 등반은 16년 전 로체샤르가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산정을 바라보는 능선을 산책로 삼아 명상을 위해 걷는다.
엄홍길 대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더중앙플러스 기사 전문(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229)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