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5.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달 2.3%까지 내려왔다. 특히 지난달 상승률은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둔화하던 물가 상승 폭의 ‘확대 전환’ 전망엔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반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4%포인트에 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이어지던 1년 전보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각각 22.8%, 33.4%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을 1%포인트 넘게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달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실질소득 역대 최대 감소…소비 위축에 경기 ‘상저하저’ 우려
지난달 초 L당 1560원대로 내려갔던 휘발유 가격은 26일 1743.3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도 1370원대에서 1620원대까지 치솟았다. 6월 배럴당 7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가 지난달 이후 80달러대로 훌쩍 올랐고, 약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영향을 제외한 실질 지출을 보면 중산층까지도 씀씀이를 줄였다. 물가는 크게 올랐는데 소득은 줄어든 여파다. 2분기 가구 실질소득은 역대 최대의 감소를 기록했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회복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소비마저도 부진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경제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감도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