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토요일 오전 11시.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제주도의 한 산부인과의원 의사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조기 진통으로 입원한 임신 31주 산모(31세)가 당일 오전, 상태가 악화해 응급 분만이 필요한데 전원이 가능하냐는 다급한 문의였다. 제주 도내는 물론이고 부산 등지에도 문의했으나 신생아집중치료실 병상 부족으로 전원이 힘들다는 답변을 받은 후라고 했다.
산모는 그야말로 위급 상황이었다.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은 데다 태아가 머리가 아닌 엉덩이 부분이 아래로 향해 있는 둔위태위, 즉 거꾸로 서 있는 역아 상태였다. 조기 진통으로 치료 중이었는데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져 곧 분만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전화를 받은 교수는 바로 환자 전원을 결정했다. 제주 현지에선 헬기를 섭외했고, 오후 2시쯤 제주공항에서 산모와 응급 상황을 대비해 주치의가 함께 탑승했다. 서울 잠실 지역 선착장에 내린 이들은 119 구급차로 옮겨 타 오후 4시47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민아 교수는 “지역의 산부인과 병·의원들과 핫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환자 전원 절차가 빠른 편”이라고 했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무사히 출산
재태 기간 32주, 출생 체중 1500g 미만의 고위험 신생아는 폐가 덜 성숙한 상태다. 그대로 태어날 경우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치료로 회복하지 못하면 만성 폐 질환이나 동맥관 개존증, 뇌실 내 출혈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조산을 피할 수 없다면 분만 48시간 이내에 폐 성숙 주사를 투여해 분만 후 호흡곤란 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조처를 한다. 김 교수는 “산모가 48시간을 견딜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며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고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곧바로 수술실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응급실 도착 후 2시간이 채 안 돼 수술을 시작했고 산모는 체중 2010g 여아를 낳았다. 큰 출혈이나 응급 상황 없이 이뤄진 출산이었다. 수술실에선 대기 중이던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직접 신생아를 돌봤다. 수술을 마친 산모는 일반 병실로, 아이는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미숙아는 만삭 신생아보다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므로 전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해당 신생아는 임신 주수 대비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는 “산모가 임신성 당뇨 환자여서 아기가 임신 주수에 비해 무거운 몸무게로 태어났다”며 “상대적으로 폐는 많이 미성숙한 상태로 폐 성숙 주사와 같은 전 처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한 호흡기 치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진 아기는 기도를 이용한 폐 표면 활성제 치료를 받았다. 이후 비침습 인공호흡기 치료, 산소 치료 등을 거치며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부모 품에서 교감하며 정서적 안정과 발달을 돕는 캥거루 케어를 시행함으로써 좀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산모 역시 제왕절개 수술 후 3일간의 입원 치료를 거쳐 무사히 퇴원했다. 계획된 산후 검진도 차례로 받을 예정이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는 특성상 통합 연계 치료가 중요하다. 분만 전 고위험 산모부터 태아, 분만 후 미숙아 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 특히 응급 상황에선 항시 진료와 수술이 가능한 응급 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효율적인 산모·신생아 치료 체계 구축
신생아집중치료실의 경우 28병상을 운영하면서 다학제적 전문 진료가 상시 가능해 중증 질환 치료를 좀 더 수월하게 제공한다. 이 교수는 “진료의 질을 높임에 따라 고위험 신생아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고 고난도 환자를 지속해서 수용할 수 있다”며 “안전한 분만부터 미숙아, 중증 신생아·소아 치료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환자·보호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