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 곡이 연주됐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중 하나였다. 첼리스트 문태국(29)이 저음으로 주제를 시작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31), 비올리스트 신경식(25)이 유명한 주제를 돌아가며 연주했다. 피아노는 백건우(77)였다. 올해로 67년째 피아노로 무대에 오르는 거장 피아니스트는 후배들의 소리를 받쳐주며 담담하게 음악을 이어나갔다.
후배 연주자들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 선 백건우
독주ㆍ협연을 주로 하던 노장의 합주 행보
"연주할 곡 많아 이런 무대 늘릴 것"
백건우는 주로 독주자였다. 열 살에 그리그 협주곡으로 서울에서 데뷔했고, 11세에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한국 초연했다. 26세에 뉴욕에서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연주했고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5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와 녹음의 기록을 세웠다. 해외에서는 음악 축제 등에서 실내악 앙상블 무대에 종종 섰지만 유독 한국의 무대는 드물었다. 그러던 그가 최근 후배 연주자들과 연주를 늘리고 있다.
연주 후 만난 백건우는 “함께 소리를 낼 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같이하고 나면 너무 좋다”고 했다. 백건우는 후배들과 함께 연주할 곡을 고르고 함께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슈만에 이어 프랑스 작곡가인 에르네스트 쇼송의 바이올린, 피아노, 현악 4중주를 위한 합주곡을 연주했다. 한 무대에 섰던 첼리스트 문태국은 “해외 무대에서 많이 연주해보신 곡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 많이 일러주셨는데, 혼자 연주할 때와 완전히 다른 음량과 음색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나눴다”고 덧붙였다.
백건우는 “앞으로 이런 무대에 자주 서려고 한다”고 했다. 후배들과 함께 하는 기쁨 때문이지만 실내악 작품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연주할 수 있는 좋은 곡들이 너무나 많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