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개편안 일부가 의회를 통과한 뒤 생중계된 TV 연설을 통해 다음 개편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의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사법개편안 처리를 “3부(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균형 복원 등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날 처리하지 않은 다른 법안들을 언급하면서 “오는 11월 말까지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야당 측과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회기는 이달 말로 만료되며, 유대교 명절 이후인 10월 재소집된다.
사법부의 '합리성' 판단 권한 폐기
극우 연정 측 의원들은 이날 의사당 곳곳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등 법안 통과를 자축했다. 반면 최종 표결을 보이콧한 야당 의원들은 “네타냐후는 더 이상 이스라엘의 총리가 아니다. 극우 연정에 의해 갇힌 죄수”라고 비판했다. 야이르 라피드 야당 대표는 “정부는 전투에서 이겼을 뿐, 전쟁에서 이긴 게 아니다”며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의사당 밖에서 표결 결과를 기다리던 시위대는 법안 통과 소식에 “물러서지 않겠다”며 맞섰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포함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교차로와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타이어를 불태우는 거리 시위가 자정 넘도록 이어졌다.
텔아비브 도로에선 기마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고, 예루살렘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악취가 나는 물대포를 쐈다. 이스라엘 경찰은 수천 명의 병력을 동원해 이날 밤 최소 19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의사협회·금융인 등 총파업 돌입
1만 명 이상의 이스라엘 예비군은 사법부 개편안에 항의해 복무 거부를 선언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 3월 사법 개편에 반대하던 요아브 갈란트 당시 국방장관의 해임을 계기로 극우 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무 거부를 선언한 예비군 중에는 시리아 폭격 등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1000여 명의 공군 조종사와 정보·특수부대 병력도 포함돼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적인 파장도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라엘 IT 스타트업 70%가 이스라엘의 혼란과 보수화를 우려해 사업 일부를 해외로 이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IT 산업은 이스라엘 경제 총생산의 15%, 일자리의 10%, 세수의 25%,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TASE)에서 벤치마크 지수인 TA-125 지수는 2.3% 떨어졌고, 세켈화 가치도 하락세다.
법적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시민단체인 ‘양질의 정부를 위한 운동’(MQG)은 개편안 통과에 절차적 결함이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이스라엘 변호사협회도 “대법원에 사법개편안의 폐기를 청원하고 이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행 보류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만약 대법원이 사법부 권한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무효화할 경우, 정부와 사법부간 대립으로 이스라엘 내 헌법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美, 유감 표명하며 야당과 합의 압박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 의회 휴회 중에도 광범위한 타협안을 만들기 위한 대화가 몇 주, 몇 달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야당과의 합의를 요구했다. 미국 유대인위원회(AJC)와 새로운 유대인 포럼(NJF) 등 미국 내 유대인 단체들도 ‘깊은 실망감’, ‘이스라엘 역사의 어두운 날’이라고 극우 연정 측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