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판에 세워진 종합운동장…시설 ‘텅텅’
이날 종합운동장을 이용하는 시민은 없었다. 실내야구연습장 역시 문이 잠겨 있었다. 건물 일부 유리창도 깨진 채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주경기장 서편에 있는 농구장은 공사 때문인지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쌓인 상태였다.
하지만 군위종합운동장은 설계 초기부터 “인구 2만3000여 명 수준인 군 지역에 지나치게 규모가 큰 시설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재정자립도가 6.5%로 전국 최하위권이었던 군위군이 군비만 173억원 가까이 들였다. 이를 두고 세금만 낭비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군위군은 고령 인구 비율이 지난 5월 기준 43.8%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경북 의성군(4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은 "인구도 적고, 노인이 대부분인 동네에 이런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군위군에 따르면 준공한 지 8개월째인 지난달까지 1만 명 이상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는 군민체육대회 단 한 번뿐이었다. 이후 한국미식축구 사회인리그, 협회장기축구대회 등 200~2000명 규모 행사·대회가 열렸다.
앞으로 이 종합운동장에서 열릴 대규모 행사는 군민체육대회 외에는 없다고 한다. 전국 단위 체육행사를 유치하기에는 시설이 부족하고, 학교나 사회단체 등 지역 내 체육행사를 열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 행사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주변에 제법 규모가 큰 운동장이 있어 시설 중복 논란도 일고 있다. 이곳에서 1㎞가량 떨어져 있는 군위읍 서부리 위천 둔치에 있는 군위체육공원(6만㎡)이 그것이다. 군위체육공원에는 축구장 2면과 족구장·씨름장·게이트볼장·화장실·급수대·관람석 등을 만들었다.
직장인 김규엽(38)씨는 “군위체육공원도 지나치게 큰 시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보다 더 큰 종합운동장을 만든 것을 보고 놀랐다”며 “세금 수백억을 들여 이런 시설을 만들면서 수요 예측을 면밀하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