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와 한몸' ESSI에 합류한 스위스·오스트리아
스웨덴은 방공 시스템 패트리엇 등 첨단 군사 장비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와 접한 발트해 한가운데 있는 고틀란드섬에 ‘가라앉지 않는 항공 모함’이라 불리는 군사 인프라를 구축한 국방 강국이다. 외신들은 스웨덴의 회원국 가입이 나토의 안보 공백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7일 스위스가 오스트리아와 함께 독일 주도의 유럽 방공 시스템인 ESSI의 참여 의향서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국제법상 중립을 인정받은 영세 중립국으로, 교전국을 지원하거나 교전국에 편의를 제공한 경우 국제법상 지위가 소멸된다. 이 때문에 BBC는 “(ESSI 참여는) 두 중립국에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했다.
ESSI는 나토의 통합 대공·미사일 방어 체계(IAMD) 강화를 목적으로, 방공 장비와 미사일을 함께 구매해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공동 조달 협약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등 나토 회원국 14개국이 ESSI 의향서에 서명하자,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은 “나토의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 내에서 완전히 상호 운용이 가능하고 완벽하게 통합된 새로운 자산이 모든 대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나토) 동맹의 방어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재 ESSI에 합류한 19개국 중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17개국이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 사실상 ESSI는 나토의 IAMD와 한 몸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두 나라의 나토 의존도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ESSI에 참여하는 것과 국제 군사 분쟁에 가담하는 것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대러 경제 제재, 나토 합동 훈련…"이미 중립노선 벗어나"
스위스 의회에선 교전국인 우크라이나로 스위스 무기의 반입을 허용할 지 여부를 두고 격론 중이다. 일부 스위스 하원의원들은 중립의 기준을 낮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허용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욘 풀트 사회민주당 의원은 “전통적인 의미의 중립성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스위스의 중립성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 옹호라는 범위 내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역사가 마르코 조리오는 “(이미 시행한) 대러 경제 제재가 스위스 무기의 우크라이나 반입 허용보다 (중립국 원칙에는) 더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친 서방 행보에 스위스 내부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우파 정당인 스위스인민당은 “ESSI 합류는 스위스를 나토의 품으로 밀어넣은 결정”이라며 “중립성에 대한 너무 지나친 타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지 로비단체 프로슈바이츠의 베르너 가르텐만도 “최근 행보는 스위스의 엄정한 중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앞서 토마스 애시 스위스인민당 의원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스위스 하원 영상 연설에 반대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중립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침략 앞 중립은 가해자 편에 서는 것"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럽에서 중립이란 국방과 안보 분야에 대한 무임승차”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부 유럽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 나토와 EU 동맹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가 자국 안보를 이웃 나라에 '아웃소싱' 하면서 위험에 처한 나라는 돕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스위스가 전쟁 중에도 중립에 대한 입장을 완화하지 않으면서, 도심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어두는 건 단순한 ‘동정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알자지라는 “러시아의 침공이 유럽의 안보 지형도를 새롭게 구축했다”면서 “현재 중립국은 ‘회색지대’로, 지정학적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