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의 병인 뇌전증은 생각보다 흔한 병이다. 역사적으로도 뇌전증을 앓은 위인은 많다. 미국에서 4선 대통령을 역임한 루스벨트도, 네덜란드의 인상파 화가인 반 고흐도, 러시아 혁명가 레닌도 뇌전증 발작을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뇌전증은 뇌 신경계 질환 중 치매·뇌졸중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신경계 3대 뇌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손영민 교수는 “뇌전증 발작을 인지하기도 어렵지만 알더라도 뇌전증이라는 질환 자체에 대한 편견으로 증상을 숨기거나 제때 발견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뇌전증 발작 반복되면 인지 기능도 떨어져
단, 1회의 짧은 단발성 발작은 뇌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의식이 돌아왔다면 특별한 조치도 필요 없다. 그런데 처음이라도 의식 없는 상태로 5분 이상 쉬지 않고 발작했다면 뇌전증 지속 상태다. 발작 지속시간이 길어지면 그에 비례해 뇌 손상 위험이 커진다. 위급한 상황으로 발작이 멈춘 후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뇌전증은 발작이 간헐적으로 반복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작을 겪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2회 이상 발작을 경험하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본다. 특히 현재의 발작 증상이 경미하다고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뇌전증으로 발작을 반복하면 뇌에 충격을 줘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발작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면서 일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진다.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작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특히 발작 지속시간이 길어지면 그와 비례해 뇌 손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뇌전증은 발작을 조절하는 약으로 치료한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광우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50~70%는 약물치료로 발작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때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항경련제를 2~3년 정도 복용하고 추가적인 발작이 없을 땐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이라면 뇌전증 발작을 유발하는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도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불규칙하면 비정상적인 뇌파가 만들어지는 대뇌피질 세포의 흥분성이 증가해 뇌전증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도 주의한다.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자체로도 발작 유발 요인이다. 간헐적 의식장애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면 안전을 위해 운전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