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반란이 일어난 지난 24일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세르게이 수로비킨(56) 러시아군 통합 부사령관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수로비킨 관련 문제는 러시아 당국에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며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수로비킨은 반란 당시 프리고진의 편을 택했다"며 "수로비킨에 대한 체포는 프리고진과 관련된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로비킨의 행방과 관련해선 "내부 채널에서도 관련 정보는 함구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유명 친러 군사 블로거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도 수로비킨이 프리고진의 반란이 수습된 다음 날인 25일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로비킨이 현재 모스크바 근교에 구금됐다"며 구체적인 상황까지 덧붙였다.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총사령관을 맡았었다. 그러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에게 밀려 통합 부사령관으로 사실상 강등됐다.
러시아군 내 강경파를 대표하던 그는 무자비함과 유능함으로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 의미) 장군'으로 불린다.
NYT는 "수로비킨이 군인들에게 존경받았으며 훈장을 받을 정도로 유능한 인물로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수로비킨 등 러시아군 핵심 인사가 바그너의 반란을 묵인, 방조했거나 지원했을 경우 러시아군 수뇌부 내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수로비킨은 그간 프리고진이 지지한 거의 유일한 러시아군 고위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시리아 내전 당시 프리고진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프리고진은 올 초부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공개 비판해왔다. 당시 수로비킨이 총사령관직에서 3개월 만에 내려온 건 이런 프리고진과의 친분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바그너의 반란이 러시아 당국이 입맛대로 러시아군을 숙청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군사 전문 텔레그램 채널 리바리는 이번 반란과 관련해 "숙청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또 리바리는 이번 반란 진압에 있어 결단력이 부족했던 군 인사들을 러시아 당국이 색출해내려 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움직임이 사실일 경우 러시아군 내 혼란을 야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NYT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군 내부에서 자신을 도울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진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NYT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공모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렌궁 대변인은 NYT 보도에 대해 "추측과 가십"이라며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