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인데…‘네카오’ 주식 내다파는 외국인들, 왜

중앙일보

입력 2023.06.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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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카오(네이버·카카오)’ 주주들의 한숨이 깊다. 연초부터 챗GPT 발 인공지능(AI) 열풍에 메타 플랫폼스 등 미국 기술주 몸값은 치솟는 반면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카오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한때 3·4위를 다투던 네이버(11위)와 카카오(15위)의 시가총액은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김현서 디자이너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종가 기준 네이버는 18만8900원, 카카오는 4만9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의 경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며 5만원 선까지 내줬다. 카카오 주가가 5만원 아래로 밀려난 것은 지난해 11월 7일(종가 기준 4만9850원)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김현서 디자이너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카카오 주가가 급등한 2021년 6월 23일(16만9500원)과 비교하면 70% 급락했다. 네이버도 신고가를 찍은 2021년 9월 6일(45만4000원) 대비 반 토막 났다. 2년여 전 70조원을 넘어섰던 네카오의 시가총액은 23일 기준으로 네이버는 30조9889억원, 카카오는 22조7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글로벌 기술주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메타 플랫폼스 주가는 23일(현지시간) 288.73달러로 연초 이후 131.5% 수직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39.8%)와 알파벳(37.3%) 주가도 올해 들어 30% 이상 상승했다.


최근 네카오 주가가 맥을 못 추는 데는 외국인 ‘팔자’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올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네이버는 3883억원, 카카오는 374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최근 미국 긴축 우려에 다시 달러가 들썩이자 외국인이 실적 개선 움직임이 느린 성장주 중심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특히 카카오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5.2% 줄었다.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2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현서 디자이너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3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9.5% 상승해 전체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서치(검색)플랫폼 분야에서 고전 중이다. 1분기 서치플랫폼 매출은 85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2% 증가했다.
 
증권 업계에선 중·장기적으로 AI가 실적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네이버는 7월 대화형 검색 서비스인 ‘큐’에 대한 베타서비스를 선보이고, 7~8월엔 초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도 하반기 한국어 특화 LLM인 KoGPT 2.0을 공개하는 데 이어 연내 대화형 AI인 한국형 챗GPT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의 개선 등이 올해 실적 추정치 상향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커머스 영역에서 경쟁사와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AI 관련 투자 확대와 자회사 구조조정에 따른 단기 비용 증가로 이익 반등은 하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