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조상 대대로 살아왔더라도, 공식적으로 토지 연고권을 주장하지 않았거나 현재 분쟁 중인 땅은 원주민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현재 원주민이 살고 있다 하더라도 새롭게 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없는 곳에선 농업, 광업, 도로 및 댐 건설 등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주민 인권보호단체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의 사라 센커는 가디언에 "1988년 당시 정부에 의해 살고 있던 땅에서 쫓겨났거나, 아직 공식적으로 존재와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은 숨은 원주민도 많다"며 "원주민보호구역 축소 법안이 발효된다면 반(反)원주민 정치인들이 '주인 없는 땅'이라며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원주민 편을 들고 있지만, 상·하원 의회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야당 세력이 여전히 다수다. 이 때문에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 투표에서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좌파 성향의 룰라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브라질은 원주민에게 진 빚이 많다. 전임 정권(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원주민에게 저지른 모든 부당함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하원 표결 이후 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에서 재의결에 들어가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농업단체 지지에 개발 밀어붙여
야당 인사들은 "브라질 영토의 14%가 인구의 0.4%에 불과한 원주민들의 손에 넘어갔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속한 우파 성향의 제1야당 자유당(PL)을 지지하는 농업단체의 입김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원주민 출신인 셀리 자카리아바 하원의원은 하원에서 법안이 가결되자 항의의 뜻으로 붉은 염료를 손에 묻힌 채 의회 단상에 올라 "당신들(자유당 의원) 손에 원주민의 피가 묻게 될 것"이라고 항의했다.
원주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마존 밀림의 파괴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브라질 비정부기구인 기후관측소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그가 시작한 원주민 공동체와 환경에 대한 박멸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