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리역은 한때 대구로 향하는 의성·군위 주민으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승용차나 고속열차 등 교통수단 다양화로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탑리역 여객 수송실적은 2000년 69만4329명에서 2021년 1만2804명으로 추락했다. 2000년과 비교하면 1.84%수준으로 하루 이용객이 30여명에 불과한 셈이다. 현재 탑리역에는 무궁화호만 하루 8번 정차한다.
#기획: 곳곳이 구멍, 지방이 무너진다
분명 기차역인데…인적 드문 역전, 빈집만 늘어
논밭에 둘러싸인 시골 마을은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탑리역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의성군 단촌면 한 국도변에는 폐가와 다름없는 주택이 여러 채 보였다. 부서진 담장 너머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집안엔 쓰레기가 가득했다.
이 동네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살던 주인이 죽으면 그때부터 빈집이 된다”며 “살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빈집만 늘어나니 씁쓸하다”고 했다.
전국에 빈집 6만5203채…방치된 폐교도 곳곳에
급격한 인구 감소로 빈집뿐 아니라 방치된 폐교도 늘어나고 있다.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는 30년 넘도록 방치된 폐교 두 곳이 높은 수풀에 가려 숨어있었다. 이곳은 안좌남초, 안좌초 서분교장으로 각 1994년, 1993년 문을 닫았다. 없는 길을 만들어 겨우 학교에 들어가 보면, 천장과 마룻바닥은 뜯겨 있어 새들이 둥지로, 길고양이는 은신처로 활용하고 있었다.
안좌남초는 상황이 더욱 나빴다. 학교 밖에 있는 관사 문짝은 이미 떨어져 나갔고,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로 가득해 마을 경관까지 해치고 있었다. 박영근(80)씨는 “수십년간 방치된 것을 보면 투기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매입한 사람이 누군지 마을 사람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신안군에는 폐교가 83개나 있다. 이 중 42개는 민간, 41개는 신안군이 매입했다. 이 밖에 6개는 휴교 상태다. 신안군이 사들인 폐교는 경로·숙박시설, 요양원, 체험관 등으로 탈바꿈해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다. 반면 민간에 매각한 폐교는 흉물로 방치돼 있거나 일부는 개인 주거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빈집 방치해도 비용 얼마 안 드는 게 문제”
전문가들은 빈집 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주된 원인이 ‘낮은 빈집 방치 비용’에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 소유자가 빈집을 오랜 기간 방치하더라도 관리비는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빈집 철거하려면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든다고 한다.
빈집 철거 절차를 밟는 데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지자체는 붕괴·화재 등 안전사고, 범죄 발생 위험성이 높거나 위생·경관·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빈집은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절차를 거쳐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절차를 마치더라도 소유자가 반발해 분쟁이 일어나는 등 기간이 더 걸리거나 아예 철거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빈집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국토연구원은 ‘빈집 발생원인과 근린영향분석을 통한 빈집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빈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1호 대상지는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인 전남 해남군이다. 농식품부는 이마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함께 다음 달부터 해남군 마을 2곳에서 시범사업을 펼친 뒤 하반기에 참여 기업을 추가 발굴해 사업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