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미국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22일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해 북한이 가로·세로 각각 140m·40m의 직사각형 형태의 새 발사대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RFA는 공사의 속도에 주목했다. 지난 16일 촬영 사진에선 흙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한 정황이 확인됐다. 그리고 엿새 만인 22일에 찍힌 사진에는 여러 대의 대형 크레인이 식별됐다. 공사 진척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유관 부처의 평가에 따르면 정찰위성 발사가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즉각적 행동'이 예상되는 정도는 아닌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위성발사를 감행할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국제해사기구(IMO)에 관련 정보를 사전에 통지해왔는데 아직 이러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CAO, IMO 등 유관 국제기구들과 소통 중이고 이들 국제기구는 아직 북한으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G7 정상들이 북한이 예고한 정찰위성 발사와 7차 핵실험 등을 적시해 경고의 메시지를 낸 것 등도 도발에 따른 북한의 부담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G7 정상들은 지난 20일 공개한 공동성명(코뮤니케)에서 "북한의 무모한 행위는 신속하고 단합되며 강력한 국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의 무모한 행위"와 관련해선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예고한 7차 핵실험,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등이라고 사실상 적시했다.
미국의소리(VOA)는 22일 플래닛 랩스가 지난 19일 평양 미림 비행장 일대를 촬영한 사진을 근거로 비행장 북쪽에 있는 열병식 훈련장에서 병력대열로 보이는 무리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VOA가 공개한 사진에는 총 4개의 병력 대열로 보이는 점이 나타났는데, 한 대열을 50~300명 규모로 봤을 때 최대 1200명이 집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열병식 훈련장에서 차량에 이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열병식 '디데이(D-day)'로는 올해 70주년으로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6·25전쟁 정전기념일(7월 27일, 북한은 '전승절'이라 주장)이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김정은 정권이 주요 정치기념일로 꼽는 정권수립일(9월 9일)도 올해 75주년을 맞기 때문에 북한이 9월을 열병식 디데이로 삼는 것도 가능성이 큰 선택지 중에 하나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상대적으로 외교적 부담이 적은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라며 "열병식은 구체적인 군사행동 없이도 대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장점을 가졌고 위성의 경우에는 우주 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