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폐막일인 21일 오전 진행된 세션8에 참석해 G7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 침공에 대항해 온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인내에 경의를 표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정하고 영속적인 평화를 위해 계속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 G7으로서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G7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외교적·재정적·군사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착실히 이행하며,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켜낸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만나 4982억원 규모 탄약·장비 지원 약속받아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본인의 강한 희망에 의해 실현됐다. 그는 히로시마 도착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G7은 "우크라이나의 파트너와 친구들과의 중요한 회의"라며 "오늘 평화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1일 회담장안팎을 누비며 서방의 적극적인 군사 지원을 호소했다. 지난 20일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따라 만났고, 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회담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며, 훈련을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서방국들에 F-16 같은 신형 전투기를 요청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F-16 조종 훈련도 승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F-16을 제공하면 전쟁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F-16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게 확약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새롭게 3억7500만달러(약 4982억원) 규모의 탄약·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윙 스테이트'를 잡아라
폴리티코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반격을 앞두고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거리를 둬온 '스윙 스테이트(경합 지역)'들까지 제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인도가 우크라이나의 평화 공식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나라 정상이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모디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적 문제이며, 단지 경제·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인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 종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기 지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모디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대화와 외교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분명히 표명했고, 계속해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도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지원은 보냈지만,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철수를 축구하고 침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는 기권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히로시마 방문 직전인 지난 1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참석해 아랍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러시아의 잔학 행위를 "눈감아 주지 말라"고 촉구했다. 아랍 국가들 역시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곳이다.
마크롱 대통령에 전용기 제공 직접 부탁
당시 정상회담에 이어진 만찬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히로시마 G7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항공기 준비를 부탁했다. 당시엔 유럽·사우디 순방 등 바쁜 외교 일정으로 G7 직접 참석은 힘들 것으로 알려져있었지만, 수면 아래에는 방일을 위한 조정이 시작된 셈이다.
G7 정상들이 폐막일이 아니라 하루 앞둔 20일 이례적으로 영문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의 영향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통상적으로 공동성명은 마지막 날 공개되지만, 이번에는 폐막 전날인 20일 오후 4시쯤 일본어판 없이 영어로만 먼저 발표됐다. 교도통신은 이에 대해 21일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강연에 나설 예정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목이 쏠려 공동성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발표 시점을 앞당겼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