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명품 브랜드 중 하나다. 2021년 한국 갤럽이 조사한 ‘20~50대 한국 직장인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 설문조사 결과 1위(24%)에 올랐다. 빅데이터 분석 기관 엠포스 데이터랩이 발표한 ‘10년(2011~2021년)간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내 명품 브랜드 누적 언급량’ 순위에는 샤넬에 이어 2위(약 512만회)를 차지했다.
구찌는 1921년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자신의 이름을 딴 매장을 열며 시작한 브랜드다. 런던과 파리에서 호텔 직원으로 일하던 유년 시절, 부유한 고객들이 들고 다니는 고급 여행 가방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1930년대부터는 여행 가방뿐 아니라 니트웨어, 핸드백, 신발 등으로 생산 라인을 확대하며 기업을 키웠다.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구찌 역시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생산과 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찌오는 이 시기에 현재 구찌의 핵심 디자인 요소인 더블 G패턴과 녹색과 빨간색으로 이뤄진 구찌 웹 스트라이프를 개발하며 성공 기반을 닦아간다. 특히 1947년은 구찌에 중요한 해다. 전후 시대에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뱀부(대나무)로 가방 손잡이를 만든 것. 열을 가해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꾼 이 손잡이는 당시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현재 이 가방은 ‘구찌 뱀부 1947’ 백이라 불리며 구찌 매출의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구찌오 구찌가 세상을 떠난 후 암흑기도 있었다. 그의 자손들이 경영을 이어가는 도중 가족 분쟁, 암살 사건, 탈세 혐의, 매각 등 여러 문제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1994년 미국 태생의 디자이너 톰 포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앉히며 구찌는 예전 명성을 회복한다. 화려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디자인의 옷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고, 가방과 신발 등 액세서리는 매출 성장의 효자 종목이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프리다 지아니니가 남·여 기성복 컬렉션을 맡아 이끌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올해 구찌는 나폴리 출신의 사바토 드 사르노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프라다,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 명품 브랜드에서 일한 이탈리아 패션 정통파다. 그와 함께 새로 창조해갈 새로운 구찌의 모습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