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1.5t짜리 원통형 화물이 굴러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어린이와 어른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등굣길로 굴러온 화물 모습. 연합뉴스
부산에서 등굣길에 굴러온 1.5t짜리 원통형 화물에 맞아 숨진 10살짜리 초등학생의 아버지가 "다음 달이 막내 생일이어서 미리 생일 선물을 준비해 보관했는데, 이제 전해줄 수가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영도구 청학동 A양 아빠입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고 피해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글쓴이는 "스쿨존 사고를 보면서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도 실감이 나지가 않는다"면서 "사고 희생자로 A양이라 불리는 우리 아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의 평범했던 일상을 이야기하며 딸을 그리워했다.
글쓴이는 "엄마에게 '사랑해' 고백을 몇번씩 하는 아이였다"며 "공부하다가, 태블릿을 하다가, 유튜브 보다가도 갑자기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리면 아이 엄마가 가슴이 터지도록 한참 안아줬다"고 적었다.
이어 "아이 엄마가 10살이 된 지금도 아이 발바닥에 코가 찌그러지도록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강아지 냄새가 난다고 했다"며 "이런 모습들을 보며 매일 평범한 일상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1.5t짜리 원통형 화물이 굴러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어린이와 어른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등굣길 모습. 연합뉴스
그는 딸을 배려심 깊은 아이라고 기억했다.
글쓴이는 "6살에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배운다고 발 찢기를 하며 다른 친구 어깨를 누르는데 친구의 '아'하는 소리에 친구 아프게 하는 게 싫다며 많이 울고 발레 수업을 중단했다"며 일주일 용돈이 적은 데 쓰지 않고 모아 엄마 아빠 선물을 사준다고 하거나, 집안일을 돕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밖에 나갈 때면 엄마를 언니에게 양보하기 위해 엄마 손이 아닌 제 손을 잡고 다녔다"며 "사고 당일 딸이 (제가) 모르는 작은 아이와 손을 잡고 등교했는데, 같은 아파트 사는 학교 동생이라고 하더라. 사람 챙기는 것을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일은 우리 장모님 기일인데 그 장모님과 같은 묘에 묻히게 됐다"면서 "막내 낳기 전에 돌아가셨으니 하늘나라에서 서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한편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2분쯤 영도구 청학동 한 어망 제조업체 앞 도로에서 1.5t 규모의 원통형 화물이 하역 작업 중 지게차에서 떨어져 100여ｍ 정도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굴러가다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 등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10세 여아가 숨졌고, 나머지 3명은 다쳤다.
사고 현장에는 주민들이 놓아둔 꽃다발과 편지 등이 숨진 어린이를 추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