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교수는 국제 안보·군사 정책 전문가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특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 등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미 정부에 국방·안보 자문을 해온 현실 참여 학자다. 미·중 전략 경쟁을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내포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으로 설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윤 대통령이 미 국빈 방문 기간 연설했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초대 학장을 지냈다.
앨리슨 교수는 기고문에서 지난 26일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미 간 ‘핵 협의그룹(NCG) 신설' 등 확장억제 강화 부분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선언은 북한에 대한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협의 그룹(NCG)을 한·미 간에 창설해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을 부여하게 했다”며 “많은 이들이 이번 합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전세계 핵무기의 확산 방지라는 미 국가 안보전략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상기시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무기가 실제 전쟁에 쓰인 지 78년(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투하)이 지났고, 핵확산 방지라는 국제 질서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1962년 미·소 간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은 “1970년대까지 전 세계 핵 보유국이 15~20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면서다.
인류의 공멸을 불러올 ‘도미노 핵무장’ 위기가 분명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핵무기 보유국은 공식적으로는 5개국(미·영·프·러·중)이며,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 이외 국가를 포함해도 최대 9개국이다. 워싱턴 선언은 이 같은 비확산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앨리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워싱턴 선언은 전세계 핵 확산이란 뚜껑을 덮기 위해 가한 못질 가운데 가장 최신의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이 미국 측의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받아내긴 했지만, 한국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 약속을 불안해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앨리슨 교수는 “한국의 대통령과 군·정보·외교 당국, 의회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고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라면서 “적어도 현재까진 윤 대통령과 동료들의 우려를 존중하면서 그들이 대안(자체 핵무장)보다 미국에 의존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미국 팀에는 큰 승리”라고 덧붙였다.
앞서 외교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도 워싱턴 선언에 대해 평가하면서 “공인된 핵 보유국이 되려는 북한의 확고한 의지 탓에 한국 내 핵 보유 요구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진 않다”는 점을 한계로 들었다. 매체는 “미국의 핵 전략자산의 한국 배치만이 이 같은 불만을 달랠 수 있다”면서 “향후 모든 시선은 한미 간 핵 협의체인 NCG에 쏠릴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향후 NCG가 북핵 위협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안을 내놓지 못하면 한국의 핵무장 열망이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