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아이유(29)가 홈리스(노숙자) 월드컵 실화 영화 ‘드림’(26일 개봉, 감독 이병헌)을 첫 상업 영화 주연작으로 택한 이유다. 지난 20일 그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칸영화제 초청작 ‘브로커’(2022)보다 늦게 개봉되지만, 촬영은 '드림’을 먼저 했다. K팝 스타인 아이유가 스크린 경력 출발점을 찍은 작품이다.
2010년 노숙자 자활 잡지인 ‘빅이슈’ 창간과 함께 출전 자격을 얻은 한국 국가대표 노숙자 팀이 브라질 대회에 첫 출전한 실화를 토대로, 천만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각본‧연출을 겸했다. 아이유는 출전 과정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PD 소민 역을 맡았다. 학자금 대출에 짓눌려 살지만, 웃는 얼굴로 할 말 다 하는 솔직한 캐릭터다. 홈리스 월드컵 한국팀의 코치로 ‘끌려온’ 까칠한 축구스타 홍대(박서준)에게 대사까지 써주며 심금을 울리는 다큐 제작을 진두지휘한다.
K팝 스타 아이유, 카메라 사각지대 지킨 영화
‘드림’은 노숙자 축구팀의 사연이 중심이다. 스타로서 현장의 중심에 서는 게 익숙했던 아이유에겐 “카메라에 얼굴이 잘 안 나오는 사각지대에 서 있어야 했던” 생소한 경험을 한 작품이다. 예능 촬영장에서 목격한 PD들처럼 땀복에 팔토시, 목에 수건을 두른 차림새로다.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다 보니 준비를 한다고 해가도 현장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 배우 선배들마다 대사 톤이 다양해 유연하고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법을 배워갔다”는 그는 “나 혼자 속도감이 처지는 것 같아 초반에는 많이 긴장했다”고 했다. 에너지 넘치는 축구팀 사무국장 역의 배우 허준석부터 노숙자 역의 김종수‧고창석‧정승길‧이현우‧양현민‧홍완표와 한팀처럼 가까워지면서 긴장감을 덜었다.
26일 개봉 영화 ‘드림’ 주연
"노숙자 축구단에 끌려…선한 영향력? 부담은 없죠"
아이유는 연예계 ‘기부왕’으로 손꼽힌다. 2008년 열다섯 살에 가수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40억원 넘게 기부했다. 모교에 ‘아이유 장학금’를 마련해줬고, 저소득층‧소외 아동‧희소질환아동단체, 연탄은행, 각종 재난 후원 등에 참여해왔다. 영화 ‘브로커’ 개봉 무렵 미혼모 단체를 후원해 화제가 됐다. 여러 차례 밝혔듯 “어려서 어머니께 배운 인생관” 덕분이다. “도움받은 분들로부터 가끔 편지를 받는데, 내가 드린 마음보다 더 고맙다고 해주시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더 고맙기도 하다. 힘닿는 데까지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착한 작품’에 갇히진 않겠다고 했다. “스타로서 영향력이 커질수록 부담감이 크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렇지 않다. 부담이 된다 하더라도 이로운 부담”이라며 “최근 몇 작품 연속 메시지가 강한 착한 역할을 해서인지 덜 착하고 덜 속 깊은 사람도 해보고 싶어졌다. 나쁜 사람들이 나쁘게 망하는 이야기도 관심 있다”고 했다. 어린이 팬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내 콘서트에 초등학생 친구들도 많이 오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보고 충격 받지 않도록 ‘청소년 관람불가’ 악역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