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밀문건이 대규모로 전 세계에 유포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2010년 사건은, 위키리크스(wikiLeaks, 기밀·비리 폭로사이트)가 이라크 전쟁 문서, 미 국무부의 외교전문(외교정보 전자문서) 등을 폭로한 일을 말한다. 북한 붕괴와 이란 핵 개발에 대비한 계획부터 미 정부가 동맹국을 감시한 정황, UN(유엔) 직원의 신체정보를 수집했단 사실까지 드러나 세계가 경악했다.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이던 스노든이 언론에 유출한 NSA 문서에는 미 정부가 비밀 정보수집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인의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동맹국 정부를 도청했단 사실과 함께 미국이 중국의 기간통신망을 해킹했단 사실 등이 담겨 있어 미 정부가 홍역을 치러야 했다. 문건 20만 여 건을 유출해 '반역자'로 찍힌 그는 그해 러시아로 망명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나눈 대화가 담긴 문건을 꼽았다. 지난 3월 초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최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내용이 담겼다.
NYT는 "이번 봄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절실히 필요한 탄약 33만 발을 제공하려 했던 한국의 '비밀 계획'과 관련된 매우 민감한 자료가 겨우 40일 만에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포탄 지원은 한국에서 매우 심각한 안건인데, 문건 유출로 한국 정부가 움직일 여지가 좁아졌단 지적이다.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유출됐단 점도 문제다. 미국 싱크탱크 실버라도 폴리시 액셀레이터를 설립한 드미트리 알페로비치는 "러시아 정부는 이 문건들을 이용해 미국 정부가 러시아 군사 정보기관의 계획과 군부대의 움직임을 어떻게 수집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태생의 알페로비치는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저명한 인사다.
이번 문건 유출로 미 정부가 입을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이 역시 과거 사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가령 위키리크스 폭로 이후 많은 국가의 외교관들이 감청 등을 의식해 자기 검열을 일상화하게 됐고, 이는 미 정부가 외교적으로 간접적 손해를 본 것이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신문은 또 "스노든의 폭로 이후 NSA는 수억 달러를 들여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했으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건 유출로 인한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