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도크랜드 현장에서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서울시]
1977년 준공 이후 ‘한강의 기적’ 등 서울 근대화에 기여했던 성동구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삼표 부지)가 첨단산업 거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쇠락한 항구도시에서 첨단 자족도시로 우뚝 선 아일랜드 독 랜드가 모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현지시각) 아일랜드 더블린 독 랜드 소재 ‘그랜드 커널 독 지구’를 방문한 뒤 이런 계획을 밝혔다. 독 랜드는 약 529만㎡(160만평) 규모로 리피강 동쪽 끝 항구 근처에 있다. 20세기 초까지 세계 최대 항구였다. 하지만 수심이 낮아 대형 선박 등장 이후 점차 외면받으며 쇠락했다.
독 랜드는 1987년 도심재생사업을 시작했다. 도시계획을 촘촘히 세우고 민관 협력을 통해 금융· 정보기술(IT) 기업을 하나둘 유치했다. 이제는 구글·애플·메타 등 내로라하는 IT기업이 몰려있다. 이 때문에 제2의 실리콘밸리란 의미인 ‘실리콘 독(silicon dock)’으로 부른다.
이곳엔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디자인한 극장이 있다. 2010년 3월 개관한 이 극장은 연극무대 등 연간 330여개 행사가 열린다. 또 최대 8000만명을 수용할 수 있고, 전시회나 주요 발표·토론회가 열리는 컨벤션 센터가 있다. 이 컨벤션 센터 외관은 곡선 형태 유리 벽으로 돼 있는데, 기네스 맥주로 유명한 아일랜드인 만큼 파인트 맥주잔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한다.
1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컨벤션 센터 더블린' 모습. 곡선 형태의 유리 벽은 맥주잔 모양을 띠고 있다고 한다. 더블린(아일랜드)=나운채 기자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그랜드 커널 독' 지구의 과거 모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한 사진. [페이스북 캡처]
오 시장은 독 랜드 지구 관계자와 더블린 시의회 의원 등과 동행하며 리피강을 따라 커널 독 지구를 살폈다. 오 시장은 “낙후된 곳을 잘 개발해서 최첨단 기업들이 몰려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을 잘 만든 느낌”이라며 “서울에도 그와 유사한 장소가 있다”며 삼표 부지를 지목했다. 이어 “최첨단 기업이 활발하게 기업 활동할 수 있는 부지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표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8월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공장에서 막바지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삼표 부지에 기술과 광고·미디어·인포메이션웹 등 이른바 ‘TAMI(Technology·Advertising·Media·Information)’ 첨단산업 기업이 모이도록 할 생각이다.
먼저 IT 등 기업이 입주할 타워형 건물을 건립한다. 이름은 ‘글로벌 퓨처 콤플렉스(GFC)’로, 국제 공모를 통해서 해외 유명 건축가를 초청해 건물을 디자인하기로 했다.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저층부와 최상층을 개방해서 시민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GFC를 단순 건축물이 아닌 삼표 부지·성수 일대 구심점 역할을 할 랜드마크로 활용하겠단 계획에서다.
이를 위해 삼표 부지 일대를 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바꿔 용적률을 완화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용도를 변경해주는 대신 사업자로부터 6000억 원대 공공기여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 시장은 “삼표 부지와 함께 그 옆(인근)을 봐야 한다”며 “주변 자연경관과 주거·업무·여가 공간까지 어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 [연합뉴스]
이와 함께 서울시는 한강과 중랑천이 합류하는 입지적 특성을 고려해서 GFC와 인근 서울숲을 명소로 만들겠단 계획이다. 도로 위에 도심과 한강 강가를 연결하는 ‘덮개 공원’이나 보행교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독 랜드 사례를 참고해서 서울숲에 전시회나 콘퍼런스 등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 삼표레미콘 성수 공장은 하루 최대 7000㎥의 레미콘을 생산했다. 보통 아파트 3.3㎡(1평)당 레미콘 1㎥가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79.3㎡(24평) 아파트 7만3000여 가구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이다. 공장은 지난해 철거하고 부지는 비어있다.
더블린(아일랜드) =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