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현지시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를 3.5%로 올렸다. CS 등의 위기로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진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CS 사태 이전까지 ECB는 이번에도 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지난달 회의에서 “물가 상승 압박을 고려해 3월 회의에서도 0.5%포인트 인상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8.5%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날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의 자금 지원 불가 방침까지 알려지면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24.24% 하락하며 역사상 최저가로 마감했다.
다행히 스위스 중앙은행이 움직이며 급한 불을 껐다.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70조3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하기로 긴급 발표했다. CS 안정화를 위해 분사 및 경쟁 IB인 UBS 그룹에 매각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CS같이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언제든 은행 위기가 또 나올 수 있다. 최근 위기의 근본 배경인 주요국의 과잉 긴축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SVB와 CS의 위기는 자산 투자 실패 등에서 불거진 것인데, 그 배경에는 고금리 정책이 있다”고 짚었다.
은행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권의 위기감이 커지자 경기 침체 없는 ‘노 랜딩(No landing)’ 전망도 ‘깊은 침체(deep recession)’ 우려감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인터넷은행 및 저축은행이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커지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자금 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우려에 자금 경색과 경제 침체가 오면 부동산PF에 투자한 중소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주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는 인터넷은행과 제2금융권에서도 연체율 리스크 문제 등이 추가로 부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