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시그니처 다음은?…투자자 우려한 '총자산 279조' 이 은행

중앙일보

입력 2023.03.13 17:51

수정 2023.03.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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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가 깨진 유리 사이로 비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타트업과 IT 기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뉴욕주의 시그니처은행도 지난 10일(현지시간) 폐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음 파산 은행은 어디가 될지에 전 세계 금융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SVB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중소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126억 달러(약 279조 원)에 총예금 1764억 달러(약 231조 원)로, SVB(총자산 2090억 달러 및 총예금 1754억 달러)보다 약간 더 큰 규모다. 이 때문에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한다면 SVB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설이 나오자 자금 긴급수혈에 나서며 진화를 시도했다. WSJ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와 JP모건체이스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가용 유동성을 700억 달러(약 91조 원)로 늘렸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공동 성명을 통해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상태는 매우 강력하다”면서 “당국이 인정하는 자본 상태가 좋은 은행보다도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번에 확보한 유동성 외에도 Fed가 유동성 지원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새로운 기금(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의 지원도 받을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최근 주가 급락 소식과 함께 투자자들이 이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WSJ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SVB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는 것에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은행은 지난 10일 주가가 15% 정도 폭락하는 등 지난 주에만 약 30%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키오의 CEO 아브라함 파란기는 “은행의 주가가 한 주 동안 30% 하락한 것을 보면 조금 걱정스럽다. 그런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경영자들이 ‘괜찮다’고 말할 때”라고 WSJ에 말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부유한 고객들에게 대규모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 영업을 해 왔다. 그러다 Fed의 금리인상 드라이브로 모기지 금리가 치솟으며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자금난 악화 우려에 예금주들의 뱅크런 조짐이 일었다는 얘기다. WSJ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예금 가운데 예금 보호가 되지 않는 25만 달러(약 3억2600만 원) 초과 금액은 1400억 달러(약 182조 원) 이상이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지점 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 한 소셜 미디어 동영상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날 미국 연방정부가 내놓은 SVB 예금 전액 보증 등 긴급 조치로 발등의 불은 껐다는 안도의 분위기는 뚜렷하다. 벤처캐피털인 데시벨 파트너스의 설립자 존 사코다는 “이번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해고나 일시 해고로 이어지는 긴급 조치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정부 대책으로 임금 지급이 가능해지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스타트업계의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