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70) 중국 국가주석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리창(李强·64) 중국 신임 총리가 1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미·중 협력을 역설했다.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직후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코로나19 발발 이후 4년 만에 면대면으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몇 년간 미국 국내에서 일부 사람들이 양국 ‘디커플링’ 논조를 조작했다”며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이러한 조작으로 진정 이익을 얻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협력을 촉구했다.
미국을 향한 리 총리의 유화적인 메시지는 올 양회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강경 발언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지난 6일 시 주석은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서방국가가 중국을 전방위로 억압·포위·압박한다”며 이례적으로 미국을 특정해 비난했으며, 친 국무위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면 (양국관계가) 뒤집어질 것”이라는 등 험악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시진핑 3기 중국은 리 총리가 ‘굿캅’, 시 주석과 친 국무위원이 ‘배드캅’으로 역할을 분담해 미국의 압박을 헤쳐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리 총리는 경제 성장률 목표 5% 달성을 자신했다. 그는 “거친 바람과 물결을 헤쳐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長風破浪 未來可期·장풍파랑 미래가기)”라는 여덟 자로 중국의 경제가 절정을 지났다는 이른바 ‘피크(peak) 차이나론’을 반박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위해 거시정책, 수요 확대, 개혁·혁신, 리스크 예방이라는 네 가지 정책상 ‘콤비네이션 펀치(組合拳·조합권)’를 사용하겠다고 예고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은 각국 기업에 커다란 기회”
리창 “방역 승리…두 달 만에 평온 전환 매우 대단”
리 총리는 취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비교적 짧은 82분간 10개의 질문을 소화했다. 시정 목표→경제 성장률→홍콩·마카오→민영기업→취업·인구→방역→대만 교류→농촌→개혁·개방 및 미·중 관계→국무원 기구개혁 순으로 그의 정책 우선순위를 내비쳤다. 전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10년 전 첫 기자회견을 107분, 지난해 마지막 기자회견을 130분간 진행했던 것과 대비됐다. 이날 회견에서는 친강 외교부장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리 총리의 회견장 분위기도 전임 리커창과 달랐다. 통역을 남성이 맡으면서 과거 양회의 하이라이트였던 ‘미녀 통역사’ 시대는 막을 내렸다. 또 마련된 단상 배경 양측에 설치했던 대형 화면 모니터도 사라졌다. 이날 총리 회견에는 전날 베이징의 한 호텔에 집결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와 격리를 마친 내외신 기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시 주석은 국가주석 3연임 후 첫 연설에서 대만 통일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제도” 실천과 조국 통일 대업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며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독립’ 분열 활동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3기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질 것을 예고한 대목이다.
習 “인민군대, 강철 만리장성으로 만들라”
시 주석이 ‘강철 만리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1년 창당 100주년을 맞아 천안문 연설에서도 “누구라도 중국을 속이거나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는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외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