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이날 카카오와 합의 끝에 SM 인수 절차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카카오 측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돼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오는 31일 예정된 SM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하이브가 세운 사내이사 후보 7명은 모두 사퇴한다. 사외이사 후보는 하이브와 카카오가 협의 중이다.
카카오도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와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반전 거듭한 38일…카카오, SM 지분 최대 39.9% 확보할 듯
합의 발표에서 하이브와 카카오는 모두 ‘협력’을 언급했다. 하이브는 “플랫폼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명시했고, 카카오도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현시점에서 정확한 협업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하이브는 네이버와 손잡고 팬과 직접 소통하는 팬플랫폼 ‘위버스’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브 레이블즈 빅히트뮤직의 방탄소년단(BTS) 팬덤에 힘입어 누적 가입자 5400만 명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팬플랫폼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앞으로 SM이 주도하는 팬플랫폼 ‘버블’을 쥐게 될 전망이다. K팝 산업에서 팬플랫폼의 승패는 곧 ‘입점’ 지식재산권(IP) 수에 달려 있어 경쟁 관계인 위버스와 버블 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하이브가 물러설 명분이 필요해 협력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적으로는 협력 가능한 핵심 분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원플랫폼인 멜론이나 웹툰·웹소설 분야와 하이브 IP 협력 시도 등을 예측할 수는 있다.
하이브가 물러섰지만 SM이 완전히 카카오 품에 안기기 전까지 절차는 남아 있다. 우선 하이브가 들고 있는 SM 지분 15.78%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이를 어찌할지는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는 SM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되는 시점(주식 취득일)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이후 공정위는 카카오와 SM이 기업결합 후 독과점 지위를 형성해 이를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심사한다. 심사기간은 기본 30일, 연장 90일 등 총 120일이다. 심사 기간은 6개월~1년 안팎, 사안이 복잡한 경우 훨씬 더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
이 밖에 하이브와 SM, 카카오가 제기한 각종 의혹과 주장을 수습하는 일도 남아 있다. 카카오는 “(인수전)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최대 경쟁사 하이브에 인수되는 운명을 막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모아 온 SM은 한숨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