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일본 국민은 '희망의 상징'이라며 환호했지만, 조사 결과 바닷물 침투로 뿌리까지 다 썩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 당국은 벌채를 결정했다가 보전 여론이 높아지자 원래 나무를 뽑아내고 몸통과 가지에 합성수지 등을 채워 같은 자리에 똑같은 모양의 나무 조형물을 세웠다.
뽑힌 나무의 뿌리는 이번 도쿄 전시를 비롯해 일본 전역을 돌며 사람들에게 그날의 참사를 전하고 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건축가 나이토 히로시(内藤廣)는 "이 뿌리를 통해 자연의 강한 생명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희미해져 가는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해 견디는 강인한 국토 만들자"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진·해일·수해 등 자연재해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토 강인화(强靭化)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3년 국토강인화기본법을 제정한 뒤 총리를 본부장으로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주택·도시 분야에선 밀집 시가지 화재 대책, 정보통신 분야에선 장기 전력 공급 정지 및 통신망 마비 대책을 갖추고 도로·철도 등의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등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계획은 5년마다 평가 및 재조정을 거치는데 세부 시책은 지자체들이 지역 특성에 맞춰 마련한다. 지난해 말 도쿄도는 내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도내 주택 76만 호에 대한 공사 지원, 고층주택 비상용 전원 확보, 재해 대비 식음료품 비축 등에 2040년까지 총 15조엔(약 143조원)을 책정한다는 강인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30년 이내 서부 난카이 트로프에서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70~80%의 확률로, 수도 직하형 대지진은 70%의 확률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올해 1월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빈발하는 재해에 대한 대응은 미루지 못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내년까지 새로운 차원의 보다 강력한 강인화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현장에 재해전문가 파견
지난해 12월 일본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안전보장전략에도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 과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경주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외무성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정부개발원조(ODA)에 일본의 강점인 방재기술 등을 활용한 질 높은 인프라를 공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로운 개발협력대강을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다.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서 일본 정부는 2700만 달러(약 351억원)의 긴급 인도지원을 결정했고, 총 250명의 구조대와 의료진을 현장에 보냈다. 지난 6일엔 재해 복구 작업 지원을 위해 건축·토목 전문가 등 11명을 파견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지 상황에 따라 추가 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난민 복귀는 18%뿐, 오염수 외교 과제로
더 큰 문제는 오염수다. 사고 발생 후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는 원전 부지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하루 100㎥ 이상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해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춘 후 저장 탱크에 보관하고 있으나 오염수를 무기한 보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여름부터 바다로 방출할 방침이다.
이에 현지 어민은 물론 한국·중국과 태평양 도서국 등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일본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도쿄에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대표단과 만나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또 4월 열리는 주요 7개국(G7) 환경장관 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외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