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하루 새 주가 60% 폭락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지방은행 격인 SVB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벤처전문 은행이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캐피탈과 테크 기업·사모펀드 등의 자금을 받아 자금력이 달리는 유망벤처에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현재 한국의 금융당국이 은행권 규제 완화를 위해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스몰라이센스’의 성공 모델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채권 등에서 대규모 손실
하지만 지난해부터 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여기에 최근 테크 기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벤처캐피탈과 테크 기업들이 예치했던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예금 인출에 자금이 부족해진 SVB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채권 대부분을 팔아야 했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중간에 팔면 손해를 본다.
전체 은행권 전이 우려…시스템 위험 오나
SVB 사례가 전체 은행권을 추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다른 은행주들도 급락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4대 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체이스(-5.41%)·뱅크오브아메리카(-6.20%)·웰스파고(-6.18%)·씨티그룹(-4.07%)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큰 폭으로 내렸다. 시가총액으로 520억달러(약 68조6천억원)가하루 새 증발했다. 그 여파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금융섹터는 이날 4.1% 떨어져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6월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주요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당한 자금을 축적했고, 자산도 다양하게 분산돼 있어 큰 위기를 겪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Fed가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SVB처럼 자금력이 부족한 일부 소규모 은행의 ‘약한 고리’에서 의외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