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4월 금리 인상…한은 “원화값 하락 완화 효과”

중앙일보

입력 2023.03.10 00:03

수정 2023.03.1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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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연방준비제도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에 대한 하원 금융서비스 청문회에 앞서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킹달러’(달러 강세)의 위력에 외환시장이 요동쳤을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달러당 원화값 하락 압력을 일부 완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까지 벌어져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이를 근거로 다시 기준금리 인상 페달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 결정요인을 분석했더니 달러화 지수, 무역수지, 불확실성 요인 등과 함께 한·미 간 정책금리 격차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1440원대까지 떨어졌던(환율은 상승)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미 금리 인상이 달러 대비 원화값을 100원가량 떨어뜨렸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반대로 원화값을 20원가량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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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원화값은 올해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1200원대로 안정세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최근 미 긴축기조 강화 전망이 커지자 1300원 선에서 오르내리는 중이다. 오는 21~22일 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 최종금리 수준도 최대 6%까지 상향 전망되는 걸 감안하면 원화 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 한 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한은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올해 미국 최종금리가 6%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5%)가 예상보다 낮아 위안화 강세도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면) 4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보고서에서 2021년 8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0.50%→3.50%) 올린 결과, 올해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포인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 효과는 1.3%포인트라고 분석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기준금리 인상의 성장·물가 둔화 영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 시차를 고려할 때 실물경제 둔화 영향은 올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부동산 경기에 대해선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도 같이 떨어지면서 주택경기 둔화 및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집값 상승기에 ‘갭투자’를 했던 임대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집값은 더 떨어질 수 있고,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 갭투자 건수는 2020년 12월 수도권 2만2420건, 지방 4790건에 달했지만, 지난해 9월에는 각각 1670건과 600건으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