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 답하는 브랜드의 자세
지난해 10월 비크닉 레터를 통해 교복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버드(RE:BUD)'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비크닉 인스타그램에 @blingx2_wendy님이 남겨주신 댓글입니다. 리버드가 특별했던 건 교복 해체 작업, 봉제 등 제품 생산 공정에 시니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켰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의 손길로 재탄생한 제품이 제값에 팔리고, 그 수익은 다시 시니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비크닉 보이스매터, 오늘은 경상북도 상주로 향합니다.
무쓸모의 쓸모, 안방 매듭장인 세상 밖으로
'코리안 할매'의 야무진 손재주는 그야말로 모래 속 진주였습니다. 안방 장인을 세상 밖으로 이끌 사업 아이템으로 신 대표는 팔찌를 선택했어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마르코로호 시작을 알렸죠. 할머니들이 야무지게 폴리에스테르 실을 하나하나 교차시켜 만든 매듭 팔찌를 보상품으로 줘 펀딩으로 1100만원을 모았습니다.
할머니 다섯 분과 시작했던 사업은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들었고, 지금은 상주 시니어 클럽과 손잡고 세를 키우고 있어요. 신 대표는 단순 복지 차원을 넘어 노인을 위한 시장형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숙련된 할머니들의 시간당 수입은 최저임금(2022년 기준 9160원)의 2배쯤 된다고 해요.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특별수당까지 받고요. 평균 주 2회 하루 4시간 정도의 소일거리이지만 용돈 벌이로는 쏠쏠한 셈이죠.
"가기 전에 집에서부터 이제 또 꾸미잖아. 안 그러면 뭐 생전 화장을 하겠어. 거울도 한 번 더 보고. 옷도 안 입던 거 곱게 차려입고. 가면은 또 이제 앉아서 재미나게 서로 웃으며 얘기도 하고 커피도 한 잔씩 먹고. 다들 일하면서 한 번씩 이래 말해. 웃고 일하는 이 순간이 참말로 좋다고. 가치 있다고." (김영자 할머니, 80세)
"내 이거 하는 거 보고 애들이 자꾸 나무래싸. 그러면 이카지. 너도 나이 들어봐라. 한가하면 더 외롭고 안 됐는데, 이런 일거리라도 있으면 너무 재미있고 좋다고. 너도 내 나이 되보믄 다 이해할기다." (강임순 할머니, 76세)
따뜻한 혁신, 자발적 소비 이끌다
마르코로호의 제품은 일부러 마케팅하지 않아도 저절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의미 있는 선물을 찾던 팬들이 매듭 팔찌나 반지를 선택하고, 연예인들이 그걸 착용하면서 자연스레 알려지는 식으로요. 대기업의 협업 제안도 적잖다고 합니다.
매듭장인 할매들, 해외 시장도 접수할까
이제 사업이 궤도에 올랐고, 할매들의 '손기술'을 해외에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해요. 신 대표는 수출 지원 사업을 활용해 올해 유의미한 결과를 꼭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안방 매듭장인 할매들의 해외 진출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품군을 매듭 액세서리에서 뜨개 제품으로까지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있습니다. 상주뿐 아니라 전국의 더 많은 어르신에게 일할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죠. 균일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표준 뜨개 도안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을 회관 등에 뜨개 키트와 표준 도안에 맞춰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 등을 함께 보급할 계획입니다.
MZ세대 탐구만큼 나이 듦에 대한 탐구도 필요하다
"이분들이 정서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할머님들에 대한 이해도가 초창기에는 낮았어요. 내 문제라 인식하는 순간, 단순히 어떤 노인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라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편하고 쉬워지더라고요. (웃음)"
2년 뒤면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을 그저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하는 짐으로만 여겨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MZ세대 담론보다 중요한 게 존엄한 나이 듦에 대한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비크닉 보이스매터(Voice Matters!)는 기회가 닿는 대로 시니어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고령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브랜드를 만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