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전 부통령은 이어 "이 시대는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며 "공화당 유권자들이 미국 역사의 지금 이 순간에 맞는 기준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과 달리 부진한 성적을 거둔 데 대해 트럼프의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과거에 초점을 맞춘 공화당 후보들은 공화당이 우세한 곳에서조차 고전했다"면서다.
펜스 전 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선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하고 있다"며 "봄이 되면 내 소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대선 관련 언급을 피해왔던 펜스가 구체적인 시기를 밝힌 건 처음이다. 펜스는 이날 한 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바이든의 우유부단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트럼프 대항마'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주지사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디샌티스가 '플로리다 청사진'을 구상하겠다며 주최한 것으로 알려진 24일 행사에는 공화당 주요 인사와 후원자 150여 명이 모여들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행사 장소는 플로리다 팜비치 포시즌스 호텔로,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와 불과 6㎞ 떨어진 곳이었다"며 "트럼프 코앞에서 친(親)트럼프 인사들이 디샌티스를 바라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주), 태양광 에너지 기업 경영가이자 트럼프 후원자인 짐 라몬, 트럼프의 선거 재정위원회를 이끌며 오랫동안 텍사스에서 모금 활동을 해온 로이 베일리, 케빈 스티트 오클라호마 주지사 등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를 여전히 지지하지만 공화당 승리를 위해선 '새 얼굴'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현재까지 미 공화당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는 지난해 11월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난 14일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온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21일 출마 의사를 밝힌 인도계 미국 기업인이자 백만장자 비벡 라와스와미다. 현재는 트럼프 지지율이 40%대 후반으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공화당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헤일리 전 대사만 해도 연일 날 선 발언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75세 이상 고령 정치인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며 바이든과 트럼프를 한데 묶어 공격한 데 이어 지난 25일엔 뉴욕포스트에 기고문을 보내 "반미 국가에 대한 해외 원조는 1센트도 남기지 않고 삭감하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환경 프로그램을 비롯해 벨라루스·이라크·파키스탄 등에 원조금을 보낸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밖에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와이오밍주),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이 또 다른 공화당 잠룡으로 꼽히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더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