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천식으로 25만여 명 숨져
기관지 만성 염증, 기도 변형 유발
한 달에 약값으로 수백만원 부담
중증 환자, 스테로이드 부작용 위험
‘중증 천식’은 잘 치료되지 않는 천식 중에서도 가장 상위 개념이다. 2019년 세계천식기구(GINA)는 진료지침에서 ▶조절되지 않는 천식 ▶난치성 천식 ▶중증 천식을 구분해 정의했다. 조절되지 않는 천식은 빈번한 증상으로 1년 2회 이상 경구용 스테로이드가 필요하거나 1회 이상 입원할 정도의 천식, 난치성 천식은 치료 순응도가 낮은 환자를 포함해 중간 또는 고용량 흡입 스테로이드와 다른 치료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는 천식을 말한다.
반면에 중증 천식은 고용량 흡입 스테로이드와 다른 치료제 사용, 높은 순응도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세훈 교수는 “천식 치료를 총 5단계로 나누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치료제의 강도와 용량이 세지는데 4~5단계가 중증에 해당한다”며 “고용량을 안 쓰면 유지가 힘들거나 그럼에도 조절이 안 되는 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천식 환자 10명 중 1명은 이 같은 중증 천식으로 본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신유섭 교수는 “중증 천식 환자는 전체 천식 환자 중 적게는 5%, 많게는 15%까지로 보는데 평균적으로 10% 정도가 해당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중증 환자는 당뇨병, 골다공증, 감염 취약, 부신 기능 부전 등 마지 못해 쓸 수밖에 없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의 심각한 부작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중증 천식 중 대표적인 것이 ‘중증 호산구성 천식’이다. 호산구는 원래 기생충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일종인데, 이 호산구가 천식을 일으키는 염증 세포로 작용한 것이 바로 호산구성 천식이다. 실제 임상에서 천식 환자 중 호산구가 혈액 마이크로리터당 300개 이상인 경우를 호산구성 천식으로 본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반응에서 다수의 경우 호산구라는 염증 세포가 증가하는데, 이로 인한 염증으로 천식이 생긴 것이 호산구성 천식”이라고 말했다. 국내 천식 환자 중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산구 수치 높을수록 증상 악화
이런 호산구성 천식이 중증으로 악화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고용량 스테로이드에도 잘 조절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의 경우 특히 악화가 잦고 스테로이드 의존성이 생겨 부작용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스테로이드를) 안 쓰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절대 컨트롤되지 않는다”며 “심하면 먹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기도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의사도 환자도 꺼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이런 환자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메폴리주맙 등)들이 개발돼 있다. 호산구의 성장과 활성화를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인터루킨5(IL-5)’이 호산구와 결합하는 것을 막아 호산구 증식을 억제하고, 호산구 과다 생성으로 악화하는 증상을 완화한다. 효과도 좋은 편이다. 김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를 쓰면 모든 환자의 호산구 수치가 정상으로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들 약제는 천식 악화를 막고 응급실 방문과 입원을 줄이는 데다 폐 기능 개선, 환자의 스테로이드 요구량 감소, 환자 삶의 질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값이 걸림돌이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는 한 달에 많게는 몇백만원을 약값으로만 부담해야 한다. 즉 스테로이드 부작용이나 고가의 약값 중 하나는 택해야 하는 셈이다. 신 교수는 “천식 환자는 치료를 제대로 안 하면 기도의 해부학적 구조가 변해 불가역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며 “기존 약제로 치료되지 않고 부작용이 심한 환자에게는 이런 최신 생물학적 제제를 편하게 쓸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