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이수만 SM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중 14.8%를 주당 12만원, 총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10일 공시했다. SM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의 지분율은 총 18.46%. 앞서 카카오가 SM과 손잡고 지분 9.05%를 확보하면서 이수만을 축출하는 모양새였지만, 이수만은 최대 경쟁사, 한때 적으로 간주하던 하이브와 손을 잡고 제압에 나섰다.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또 무엇일까.
이수만, 경영 참여 없고 수수료 포기 합의
하이브는 “SM 인수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인수 목적을 밝혔다. 또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수만은 전날 폭로돼 논란을 일으킨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하이브는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수만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하이브가) 이미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춘 것은 물론, 멀티 레이블 전략 운영과 팬덤 플랫폼 개발 등 업계 선진화를 주도한 만큼 SM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SM이 앞서 발표한 ‘SM 3.0’ 계획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지난 1월 15일에 SM 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와 연계해 SM엔터테인먼트의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는 노력에 완벽히 할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보도된 바와 같이 SM 3.0에 이수만의 자리는 없다.
결국 반격에 성공했지만 ‘이수만 화려한 컴백’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 거래가 성립된 것은 이를 통해 이수만 전 총괄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넘어가는 지분, 충분히 불편해진 SM
이 전 총괄이 “방시혁 의장이 음악인으로서 문화의 가치를 알고, K팝이 가야 할 미래 방향에 대한 철학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K팝의 미래, 또는 SM의 미래를 위해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는 의미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공동성명을 통해 K팝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대해 존경의 뜻을 전달했다. 그는 “하이브는 (이수만) 선배님께서 개척하고 닦아오신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주셔서 꽃길만 걸었다”고 화답했다.
하이브는 다음달 1일까지 이 총괄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에 소액주주를 상대로 지분 최대 25%를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하이브 측은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조달 등의 제반 절차는 이미 완료된 상태다. 최대주주가 누리게 될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부연했다.
카카오 새 인수 전략 내 놓을까
앞서 SM 인수 방안을 발표한 카카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7일 SM 경영진과 손잡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하는 안을 발표했다.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해 SM 2대 주주가 된다는 계획이었지만, 하이브 등판으로 이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이 계획이 “위법하다”며 이수만이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지분 확보를 위해 더욱 공격적인 공개 매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실탄이 풍부한 카카오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SM 주가가 치솟고 있어 부담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