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 서쪽으로 약 37㎞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진의 발생 깊이는 24㎞로 관측됐다. 15분쯤 후엔 인근에서 규모 6.7의 여진이 발생했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첫 지진 이후 이날 70여 차례 여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새벽 4시에 덮친 강진, 건물 수천채 무너졌다
튀르키예 국영방송은 지진 사망자가 최소 1121명, 부상자가 7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건물 2818채가 무너져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 당국은 알레포·하마·라타키아 등 정부 관할 지역에서 최소 430명이 숨지고, 128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인구 약 460만 명의 시리아 북서부는 대부분 반군 통제하에 있다.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트위터를 통해 반군 장악 지역에서 최소 380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얀 헬멧은 “수백 명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다”고 했다.
시리아 남서쪽 국경과 인접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터키 남쪽 키프로스섬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모하마드 엘 차마는 “갑자기 건물 전체가 흔들렸고 4~5분 동안 지속했다”고 전했다. 건물 붕괴 피해 발생 지역의 범위는 시리아 서부 하마, 북부 알레포부터 튀르키예 디야르바키르까지 330㎞에 달했다. USGS는 “이번 지진은 약 3만 명이 사망했던 1939년 12월 튀르키예 북동부 에르진잔주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규모 7.8)과 같은 위력”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지원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지진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지원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영국·프랑스·이스라엘·네덜란드·스웨덴·러시아·인도·우크라이나·세르비아 등도 구호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란과 튀르키예에서 연이어 발생한 재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북서부 지역에선 지난달 29일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다쳤다.
유라시아판·아프리카판·아라비아판 사이에 낀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진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진대 중에서도 활동이 왕성한 ‘아나톨리안 단층대’ 위에 있어 국토의 42%가 지진대에 해당한다. CNN은 “최근 25년 동안 규모 7 이상 지진만 7차례에 달했다”고 전했다.
가지안테프는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있어 지진이 빈번했던 북아나톨리아 단층대가 지나는 튀르키예 북서부에 비해 대규모 지진이 적었던 편이다. 그러나 1882년 8월 13일 이 지역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해 시리아 알레포 등에서 7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