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몰래 러 지원해왔다…민간용품인 척 전투기 부품 대줘"

중앙일보

입력 2023.02.05 16:42

수정 2023.02.0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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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수출 통제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러시아에 군수 장비를 공급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해 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항법 장비, 전파방해 기술, 전투기 부품 등을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에 수출해 온 사실이 러시아 세관 자료에서 확인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2월 회담했을 당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WSJ는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로부터 러시아 세관 자료를 입수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세관이 기록한 8만4000개 이상의 품목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군용과 민용 양쪽으로 이용 가능한 '이중 용도' 물품을 수만 건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중국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자료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와 중국 기업 최소 12곳이 활발한 거래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 폴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월 31일 러시아 국영 군사장비업체 JSC로소보로넥스포트에 M-17 군용 헬기의 항법 장비를 수출했다. 같은 달 중국 푸젠 나난 바오펑 전자도 동일한 러시아 업체에 군용 차량용 통신 방해 망원안테나를 판매했다. 지난해 10월 24일엔 중국 국영 항공기제조사 AVIC가 러시아의 국영 거대 방산업체 로스텍의 자회사에 120만 달러(약 15억원) 상당의 Su-35 전투기 부품을 넘기기도 했다. 
 
또 미 제재 대상인 중국 시노전자는 지난해 4∼10월에만 200만 달러(약 25억원) 상당인 물품 1300여 건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오미 가르시아 C4ADS 분석가는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국제적인 제재 대상인 러시아 방산업체에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품을 계속 수출한 사실이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무역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며 "러시아 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로 이런 형태의 부품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류펑위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WSJ에 "중국이 러시아에 원조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사실적 근거가 없으며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고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에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는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푸젠 나난 바오펑 전자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으며 다른 중국과 러시아의 관련 기업들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지난 1월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으로 러시아 공군의 Su-25 지상 공격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기본적인 군수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지만, 현대전에 필수인 반도체 등 이중 용도 물품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서방은 컴퓨터 칩, 적외선 카메라, 레이더 장치 등이 러시아에 수출되는 것을 통제하면 러시아의 전쟁 장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국 이외에도 서방의 대러시아 수출 통제와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통해서도 이런 물품을 들여오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확립과 특수군사작전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당초 5~6일로 계획했던 방중 기간에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를 의제로 다룰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무기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