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때 저공 비행을 하는 전투기를 기관총으로 격추했던 방식을 적용한 셈이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단순한 방어 시스템이지만 느리게 비행하는 드론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김기원 교수는 “드론은 속도가 느린 편이라서 기관총을 여러 개 묶어 쏜다면 격추가 가능하다”면서 “드론을 정확히 명중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드론 진행 방향의 허공에 대고 계속 쏴 화망(火網)을 구성해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망은 다수의 총이나 기관총 등으로 미래 표적 위치를 고려해 총알 비를 내려 적을 제압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는 드론 등을 총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추운 겨울에 기반 시설을 공격해 전력을 끊는 ‘공포의 겨울’ 작전이다. 이같은 공격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 4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망 회사 우크르에네르고의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들도 이 작전에 가담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 우리 전력 시스템이 러시아와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 시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발전소 자체보다 전력망 배전 시스템의 핵심에 있는 변압기를 파괴하는 체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를테면 서부에 있는 전력망을 공격해 섬처럼 고립시켜 중부와 동부 지역으로 전력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전력 공급·분배 등과 관련한 모든 장비가 야외에 노출돼 있어 러시아의 공격이 용이하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민영 에너지 기업인 DTEK의 유지 보수 엔지니어인 안드리 투인다는 “전력 시설 피해를 처리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송전망은 소련 시스템을 사용해 서방 장비와 호환되지 않아 피해를 입으면 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