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37)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올해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의 한 해를 보낸 국제 인물 중 하나다. 올 초만 해도 서방 지도자로부터 외면 당하는 ‘국제 왕따’였지만, 연말엔 광폭 외교 행보로 ‘글로벌 인싸(인사이더, 핵심·주류 인사)’가 됐다.
그런데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거대 산유국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의 존재감이 다시 커졌다. 서방 정상들은 원유·천연가스에 대한 러시아 의존을 낮추기 위해 사우디 문을 두드렸다. 지난 3월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했고, 7월에는 바이든 대통령도 자존심을 접고 관계 회복을 위해 빈 살만 왕세자를 찾아갔다.
이후 빈 살만 왕세자는 프랑스로 날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는 등 더는 ‘왕따’가 아님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지난달에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 등에 연달아 참석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을 방문해 수십조 돈 보따리를 푸는 등 통 큰 행보를 보였고 한국에 약 50년 만의 ‘중동 드림’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런 빈 살만을 두고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그가 세계 무대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사우디와 관계가 적절한 위치에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한편으론 카슈끄지 암살 소송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등 파국을 막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23년에도 미·중 갈등 국면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시도할 거라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