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연쇄 도발에 나선 이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매달 각종 탄도미사일을 쏘며 긴장을 계속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도발은 일본이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하고(지난 16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연소실험(지난 15일)에 나선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속내를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한ㆍ미 군 당국은 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돼 약 500km 정도 날아간 것으로 탐지했다. 합참은 두 미사일의 정점 고도나 속도 등은 따로 밝히질 않았다. 군 소식통은 “군 당국의 분석 내용이 북한의 전략적인 판단을 도울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서 앞으로 구체적인 미사일 제원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본 방위성은 “두 미사일 모두 최고 고도는 550㎞ 정도, 비행거리는 약 500㎞로 통상의 궤도로 비행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체엔진 '북극성-2형' 추정
당시 북한은 “새로운 전략 무기 체계인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200~2000㎞급인 ‘북극성-2형’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발사 전 준비 시간이 짧고 탐지가 어려운 고체연료 엔진을 쓰기 때문에 전략적인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2027년까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사거리 1250㎞) 500여발을 미국에서 사들일 계획이다. 동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쏘면 북한 전역이 사정권이다.
일본이 ‘반격 능력’으로 명칭을 고치기 전 일본 정치권에선 이같은 무기 도입을 ‘적 기지 공격능력’으로 계속 논의해왔다. 사실상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의 군사시설을 염두에 둔 무기 체계인 셈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와중에 일본의 공격능력까지 높아지면서 북한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일본을 견제하는 메시지를 담은 행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소실험한 동창리서 발사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연소실험 이튿날인 지난 16일 관련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연소시간 등 중요한 데이터를 밝히질 않은 점에 주목한다. 군 소식통은 “과거 동창리에서 백두산 엔진 연소실험에 성공했다며 공개할 때는 연소시간(200초)을 밝혔는데, 이번에는 그러질 않았다”며 “신형 고체연료 엔진의 경우 아직 장착해 쏠 수준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엔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 차례 추가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창리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내년 초 7차 핵실험과 함께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신형 ICBM을 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화성-17형’ 등 액체연료 기반의 ICBM보다 콤팩트한 크기의 고체연료 추진 ICBM을 발사하는 것이 미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이득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