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15일(한국시간) 프랑스의 2-0 승리로 끝난 카타르월드컵 4강전을 이렇게 서술했다. 비록 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오뚝이 드라마를 써낸 모로코의 도전을 높이 평가했다. 표현 그대로 자랑스러운 싸움이었다. 본선 참가국 중 최약체로 평가 받던 나라가 강자들을 줄줄이 꺾고 결승행 문턱까지 진출하며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 벨기에, 캐나다와 함께 F조에 속했다. 험난한 조 편성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2위 벨기에와 12위 크로아티아가 나란히 16강에 진출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강자들 틈에서 22위 모로코와 41위 캐나다가 설 자리는 좁아 보였다.
토너먼트에선 상승세가 더욱 매서웠다.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연장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꺾었고, 8강에선 또 다른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1-0으로 제압했다.
모로코가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월드컵 준결승 무대까지 오르자 유럽 각지에서 생활 중인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다. 이방인의 설움을 안고 살아가던 이들은 모로코의 거침 없는 질주를 응원하며 유럽 주요 도시에서 4강행을 축하하는 파티를 벌였다.
역사적인 의미도 있었다. 토너먼트에서 맞붙은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제국주의 시대 모로코를 침략한 식민 지배국이다. 모로코 최대 항구도시 카사블랑카는 16세기 포르투갈이 무역 거점으로 삼기 위해 만든 곳이다. 스페인은 1860년 불평등조약을 통해 실질적인 국가 지배권을 빼앗았다. 4강 상대 프랑스는 이후 1956년 독립국가 지위를 되찾기 직전까지 모로코를 식민 통치했다.
비록 결승행 드라마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모로코의 도전은 그 자체로 박수 받아 마땅한 여정이었다.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모든 것을 바쳤다. 월드컵 우승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 그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