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 테크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수면의 질을 진단·분석하고 숙면을 돕는 기술을 말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5000억원 규모였던 수면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까지 컸다. 코로나 19 이후 면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나면서 수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최근 AI(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산업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상을 좌우하는 잠…“숙면은 투자다”
수면 장애는 선진국병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이상인 나라에서 주로 발생한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질병화 된다. 우리나라도 생활 패턴이 다변화되면서 낮과 밤이 자주 바뀌고, 정신적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늘면서 수면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67만1307명이다.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2016년 49만5506명이었지만 이후 5년간 연평균 7.9% 증가했다.
기술 발달 어디까지 왔나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 워치5는 이번에 수면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광학 심장박동 센서(PPG), 전지 심장박동 센서(ECG), 생체전기 임피던스 분석 센서(BIA) 등 센서를 이용해 수면의 질을 4단계로 분석하고, 코골이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수면 상태를 상세히 분석해준다. 스마트싱크를 활용하면 조명·에어컨·TV 등을 연결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슬립 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호흡의 소리와 무선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비접촉식 수면검사법을 개발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몸에 착용하지 않고도 호흡 소리를 정확히 읽어내고 패턴을 분석해준다.
데이터 수집 기술이 발달하자, 수면의 질을 낮추는 방해 요소를 감지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솔루션 영역도 함께 커지고 있다.
헬스케어디바이스 전문기업 텐마인즈가 최근 선보인 인공지능 베개 모션필로우는 AI가 사용자의 코골이 소리의 패턴을 감지하고 학습한다. 그리고 베개 속 에어백을 이용해 사용자의 고개를 움직여 코골이를 멈추게 한다. 특수 설계된 베개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고 노이즈 캔슬링 모듈이 적용돼 수면 방해를 최소화했다. 2020년, 2022년에 이어 2023년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에서 이례적으로 세 번째 혁신상을 달성했다.
2026년 40조…이젠 소프트웨어 전쟁
신현우 대한수면기술협회 회장 (대한수면학회 학술이사)는 “잠이라는 게 무의식에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수면 장애를 겪고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이제는 기술발달로 많은 사람이 수면 문제를 들춰볼 수 있게 됐으니 시장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하드웨어 전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떤 아이디어와 메시지를 담을지 즉 소프트웨어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슬립 테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를 만드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