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내년 2월까지 계속되는 북한군의 동계훈련 기간 중 각종 도발이 뒤따를 우려가 있어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군의 해상완충구역 포사격은 지난달 3일 이후 한달여 만이다. 당시에도 북한은 같은 장소(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포를 쐈다.
군 당국은 이번 포사격에 대응해 북측을 향해 “9ㆍ19 군사합의 위반”을 알리며 “사격 중단”을 촉구하는 경고통신을 수 차례 실시했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한ㆍ미 군이 연합 포병사격훈련을 실시했는데, 북한은 이를 빌미로 내세웠다.
북한은 최근까지 각종 도발을 할 때마다 한ㆍ미의 방어적인 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맹비난하며 책임을 돌렸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이날 저녁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강원도 철원군 이평리 방향에서 방사포탄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십 발이 동남 방향으로 발사됐다"며 "대응 경고 목적의 해상 실탄 포사격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장기간에 걸친 동계훈련을 맞아 본격적인 도발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도발이 ICBM 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배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CBM 도발까지 하며 긴장을 높이려 했지만, 한ㆍ미가 크게 동요하지 않자 또 다른 성격의 도발을 감행하면서 불안감을 높이려는 행위”라면서 “당분간 저강도 도발로 긴장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다른 수단을 통한 중ㆍ고강도 도발로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상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핵실험을 하면 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데도 하지 않는 것은 국제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나 기술적 한계 등 핵실험을 바로 실시하기엔 여의치 않은 상황이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미국이 B-21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화가 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바짝 세워 반발하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어떤 신형무기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저강도 도발을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 교수는 “북한 체제 내구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 상황이어서 도발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애도 기간을 고려해 강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