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아낸다면, 같은 시간 벌어질 가나-우루과이전 결과에 따라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를 이번 월드컵에서도 따지게 돼 마음이 답답하면서도 안타깝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지 겨우 3주를 넘긴 사람이라서다. 공을 머리에 제대로 맞히지 못해 천만다행이었다. 헤딩이 정통으로 부상 부위에 맞았더라면, 부상 부위에 큰 충격을 받아 마지막 포르투갈전에 뛰지 못할 수도 있었다. 부상 위험을 무릅쓴 주장의 헤딩은 동료들의 투혼을 깨웠다.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정신무장을 다시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악조건 속에서 투혼을 발휘한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상 당한 손흥민이 어떻게 해서든 월드컵에 출전하길 바랐던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부상 상태는 호전됐다고 알려졌다. 마스크 적응도 어느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모든 것으로 털어내는 골을 터뜨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이강인은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라는 점에서 손흥민에 견줄 만하다. 지금보다는 더 과감하고 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찬스가 열릴 수 있다. 이번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힘을 합쳐 상대 골문을 여는 명장면을 만들길 기대한다. 한국의 월드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끝날 때까지 우리 모두 함께 달리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이자, 2006 독일월드컵 토고전 프리킥 골의 주인공인 이천수가 2022 카타르월드컵 주요 인물 및 경기 분석을 중앙일보에 연재한다. '호크아이(Hawk-Eye)'는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전자 판독 시스템의 이름이다. 축구 지도자 자격증 중 가장 급수가 높은 P급 자격증 취득을 앞둔 이천수는 매의 눈으로 경기를 분석해 독자에게 알기 쉽게 풀어드린다. 촌철살인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