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 거리는 한산했지만, 치킨집 앞에는 치킨을 받으러 온 사람들, 주문하러 온 사람들, 배달하려는 라이더들이 몰려 북적거렸다. 포장된 치킨이 놓이는 픽업대에는 치킨이 쌓이기 무섭게 번호를 확인해 가져가는 손길이 이어졌다.
약 40㎡(12평)의 배달 전문 매장 안에서는 6명의 직원이 12개의 손을 바쁘게 놀리고 있었다. 치킨을 기름에 튀기는 요란한 소리 사이로 “여기 반반 주세요” “황올(황금올리브 치킨) 나왔나요” 등 전표를 보고 치킨을 포장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쉬지 않고 울렸다.
바쁘게 손을 놀려보지만 완성되는 치킨보다 주문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두 명이 닭을 튀기고 한 명이 양념을 버무리면, 다른 두 명이 포장한다. 한 명은 정신없이 울리는 주문 전화와 배달 플랫폼 주문 전표를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후 8시가 넘어가자 주문 전표가 100번을 넘어섰다. 두 시간 남짓 사이에 100여 마리가 팔린 셈이다. 이곳 점주는 “1차전 때는 예상을 못 해서 세 명이 전표 130개를 처리하느라 나중에는 도저히 감당이 힘들어 주문을 차단했다”며 “오늘은 가족들까지 총출동해 치킨을 튀기고 있다”고 말했다.
비 오는 경기 날, 포장 손님 40% 이상
퇴근하면서 주문하는 손님도 많았다. 오후 7시경 한 30대 남성은 “지난 우루과이전 때 경기 임박해서 주문하려다 실패해 이번에는 아예 퇴근길에 직접 왔다”며 “지금 주문해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니까 저녁 겸 먹고 응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들도 대목을 맞았다. 오후 8시경 한 배달 플랫폼 업체 기사는 “오늘만 치킨 22마리를 배달했다”며 “경기 끝날 때까지 50마리 (배달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 본격 시작된 치킨 전쟁은 축구 경기가 시작되고 약 20분 후 마무리됐다. 전표 기준 주문 번호 170번을 끝으로 재료가 떨어져서다. 약 네 시간 동안 이 매장에서 튀겨진 닭은 200마리 남짓. 평소 안 될 때가 50마리, 잘 될 때가 80마리니, 어떻게 봐도 4년 만의 대목이 맞다.
이곳 점주는 “오늘 평소보다 세 배는 더 팔린 것 같다”며 “요즘 장사가 잘 안돼 문을 닫는 주변 가게가 많았다. 월드컵 덕분에 오랜만에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치킨 3사 일제히 매출 2~3배 폭증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28일, 지난주 같은 요일인 21일 대비 매출이 150% 늘었다. 전월 같은 요일인 10월 31일과 비교해서는 160% 증가했다. 교촌은 전날 주문 급증을 우려해 자사 앱에서 배달 주문을 일시 중단시키고 포장 주문만 가능하도록 했다.
제너시스BBQ 그룹도 28일 매출이 지난주 월요일 대비 190%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요일인 지난달 31일과 비교하면 220% 상승한 수치다. 지난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 비해서도 4% 상승했다.
BHC도 전주 대비 312%, 전월 대비 297%, 전년 같은 날 대비해서는 213% 매출이 올랐다. BHC는 우루과이전에 앞서 자사 앱에서 동시 접속자 수를 수용할 수 있는 서버를 최대 3배까지 늘리는 등 사전 대비를 했다.
대비를 못 한 일부 치킨 주문 앱은 오후 7시부터 서버가 느려지기도 했다. 오후 8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배달 플랫폼으로 배달 주문을 시키면 주문 취소가 속출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경우 한때 배달비가 9000원에서 1만 원대로 치솟는 등 치킨 대란이 저녁 내내 이어졌다.